SK글로벌 국내외 채권단간 해외채무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정상화 절차가 법정관리에서 채권단 공동관리로 방향을 틀게 됐다.
이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이다. 우선 법정관리로 갈 때 거쳐야 할 번거러운 절차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국내외 채권단이 함께 움직이게 돼 회생 노력이 추진력을 더하게 됐으며, SK그룹의 지원도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합의는 단순히 SK글로벌 차원을 뛰어 넘어 국내 채권단과 해외채권단간 헤게모니 다툼에서 국내 채권단이 입지를 크게 넓혔다는 데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해외채권단들은 그 동안 국내 기업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국내 채권단보다 `우대`를 받아왔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채무 처리 과정에서 우리가 외국자본에 대해 `약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대우채나 하이닉스 사태 등 부실채권 처리에 있어 해외 채권단들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 회수율을 보장받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국내 채권단이 과거와 다른 행보를 걷자 해외채권단은 노골적으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 SK글로벌의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한 지난달 24일 채권단협의회에서 가이 이셔우드 해외채권단 수석대표는 “해외채권단이 불이익을 받으면 한국 대기업의 여신한도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해외채권단이 갖고 있는 채권은 SK글로벌 해외 현지법인에 제공한 것으로, SK글로벌 본사가 보증을 섰기 때문에 `보증채무`로 불린다. 보증채무는 국내 채권단이 갖고 있는 `주채무`에 비해 변제순위가 밀린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채권단은 보증채무에 대해 100% 이상의 회수율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국내 채권단의 `주채무`도 절반 이하로 평가되는 마당에 터무니없는 요구였다.
이번 협상안은 해외채권단의 캐시바이아웃(CBO:채권현금매입) 비율을 43%로 하는 선에서 합의, 국내 채권단과 형평을 이뤘다. 동의율에 따른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키로 한 것이 일견 해외채권단에 더 유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단의 설명을 들어보면 납득이 간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채권 중 일부가 이번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고 법적소송 등을 걸어올 경우 SK글로벌 정상화 작업에 방해가 될 뿐더러 향후 정상화돼 채권을 100% 회수할 경우 해외채권금융기관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SK글로벌 사태는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줬지만 회사와 국내외 채권단의 정상화 노력 과정이 투명하고 자주성있게 이루어짐으로써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안길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