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中, 이민자·삼합회 활용해 세계화 주도"

■ 차이나브라더스 (버틸 린트너 지음, 푸른숲 펴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국방 예산 지출 액수 역시 2위인 군사 대국 중국. 그들의 세계 전략은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구사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중국 세계 전략의 거대 축이 '대량 이민'이라는 것. 저자는 이를 '신(新) 인해전술'이라 칭한다.


일단 중국인 이민자들은 인구가 희박한 곳에 대거 진출해 그 지역 상권과 산업 기반을 조금씩 잠식해 들어간다. 적지 않은 숫자로 그 지역의 인구 구성까지 바꿔버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삼합회(중국 청나라 말기 만주족을 무너뜨리고 한족(漢族)을 일으키기 위해 조직한 비밀 결사)는 불법 이민과 밀무역을 주도하고, 그 지역의 폭력 조직을 휘어잡으면서 중국계 이민자들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된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제 원조와 군사적 지원 등을 통해 그 지역을 자신의 영향권 아래로 흡수한다. 이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특히 '태평양 연안'(러시아 극동 지방, 태평양 섬나라, 동남아시아)에서 뚜렷하게 발견된다. 저자는 인도 출신 중국 분석가의 말을 빌려 "중장기 적으로 중국의 목표는 태평양의 후견인 겸 보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다. 미국을 밀어낸 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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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움직인 건 아니다. 중국인들이 국내 인구압(인구의 양과 생활공간과의 관계에서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이 생활에 압박을 받게 되는 현상)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지게 됐고, 그 뒤를 따라 삼합회도 세를 넓히게 된다. 이를 두고 저자는 "마침 세계화 전략을 고심하던 정부가 중국인 이민자와 삼합회가 물밑 작업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놓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해당지역 중국인 이민자들은 특유의 근면성을 내세워 일자리를 모조리 차지하거나, 러시아 극동 지방 같은 곳에서는 황무지를 개간해 농사를 짓고 수확한 농산물을 현지인들에게 되파는 등 다각적으로 지역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 또, 자원이 풍부한 폴리네시아 같은 곳에는 대규모의 경제원조를 무기 삼아 천연자원, 삼림, 수산자원 채굴권을 쉽게 손에 넣기도 한다. 이렇다 할 경제 기반이 없는 나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중국은 이민자, 정부, 삼합회라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 축이 모여 쟁점이 되는 지역을 자신의 영향권 아래로 흡수, 이른바 '브라더스'로 만들어 버린다. 저자는 드러난 공식 채널 밖에서 중국이 어떤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지 취재하면서 중국 세계 전략의 목적과 필요성, 그에 따른 현상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1만 3,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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