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차기 정부, 이것만은 고치자] "인재 안온다" 한탄만 말고 CEO 마인드부터 바꿔야

합리적 대우·근무여건 개선 등<br>대기업 못잖은 인력 관리 필요

매출 100억원대 온라인서비스 업체 A사에는 지난 10년간 서류상 '권고사직'을 당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회사 측에서 각종 중소기업 고용지원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권고사직을 해놓고도 자발적 퇴사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A사의 한 직원은 "자발적 퇴사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지만 자칫 항의했다가 재취업이 어려울까 봐 직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조용히 회사를 떠났다"며 "이래서 대기업 대기업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2~3년 경력을 쌓은 직원이 곧바로 대기업으로 이직해버리는 '인력 빼가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근무여건과 인사관리의 질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이나 공무원만을 고집하는 청년구직자들을 '철없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먼저 나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1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2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적정 초임연봉은 평균 2,373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지급하는 대졸 초임연봉은 2,118만원이라고 밝혀 적정 초임연봉보다 255만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하는 대졸 초임연봉이 적정한지 묻는 질문에도 인사담당자의 절반에 가까운 46.4%가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55.4%가 낮은 연봉 때문에 신입사원이 조기 퇴사한 사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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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일부 중소기업들의 각종 고용 '꼼수'도 중기 기피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몇몇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청년인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정규직으로 뽑기로 한 지원자들을 인턴으로 돌리고 있다. 한 취업준비생은 "단순히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에 취업했을 때보다 연봉은 60%밖에 되지 않는데다 고용 불안감도 큰데 마냥 눈높이를 낮출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우수 중소기업들은 회사를 이끌어나갈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인력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대우를 보장하는 한편 고용안정을 보장해주는 인력관리에 나서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건비 상승이 손해로 보이겠지만 회사가 안정되고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진다면 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또 이들 기업은 고임금이 가능하도록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혁신을 하는 등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섬유업체인 S사는 지난해 일용직으로 고용하던 생산기술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불황에서도 수주가 몰리는 힘이 됐다. S사 대표는 "처음 일감이 있을 때만 일당을 주던 기술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월급을 준다고 하자 주변에서 'S사는 업계의 공기업'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었다"며 "하지만 일이 몰릴 때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자를 구하는 수고도 덜고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지자 품질이 안정되고 거래처도 신뢰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능성 섬유업체 벤텍스 관계자도 "우리 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신입사원치고 높은 수준의 연봉(2,800만원~3,000만원)을 제시한다"며 "그러다 보니 지난 공채 경쟁률이 50대1을 기록했고 지원자들의 수준도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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