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자리 창출의 선결과제

요즘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불량자와 부실 카드채 문제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노사갈등과 반기업 정서로 기업투자 환경이 극도로 악화돼 있다. 특히 청년실업과 빈부격차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정치개혁과 함께 최대의 화두로 등장할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가치관 또한 붕괴되고 있다. 카드 빚 때문에 가족이 동반자살하고 보험금을 노려 아내까지 살해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소녀가장 등 고통받는 절대빈곤층은 한 끼니를 아쉬워한다. 반면 백화점에서는 웰빙족을 겨냥해 와인 한병에 1,000만원 하는 고가품을 전시하는 등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최근 한국개발원(KDI) 보고서에서는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절대빈곤층이 지난 96년 5.9%에서 2000년에는 11.4%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외환위기 이후 절대빈곤층이 2배 가까이 늘어 10가구 중 한 가구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무직자 가구는 96년 11.4%에서 2000년에는 18.8%로 늘어 5가구 중 한 가구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에 일자리가 4만개나 감소한 가운데 정부는 올해 6%대 성장과 더불어 의료ㆍ교육ㆍ법률 등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한 30만개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제조업의 간접 고용창출 효과(9.5명)가 서비스업(6.1명)보다 높아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동화 투자에 따른 인력절감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있다. 때문에 영국ㆍ아일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창출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살아나 5%대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회불안 정도에 따라 경기회복이 상당히 지체될 수도 있다. 특히 정부가 주장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6%대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주요 원인이 되는 중국은 우리의 수출증대에는 도움이 되나 저임금상품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4년 연속 하락, 지난해에는 28.9% 떨어진 64억6,700만달러(신고 기준)를 달성했다. 여기에 비생산적 정치와 전투적 노조가 한몫을 하고, 이는 산업공동화를 가속화시켜 투자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일자리창출을 위한 선결 과제로써 첫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환위기 이후 붕괴된 중상층 회복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위축된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려줘야 한다. 특히 선진형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현행 투자 관련 규제를 네거티브 방법으로 전환, 국가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가안보와 시장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규제를 철폐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래산업에 필요한 수요자 중심의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전면 재검토하고 정부ㆍ대학ㆍ기업간의 인재육성을 위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인재를 과감히 수용하고 교류하는 학습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인도의 방갈로르는 영어능력을 구비한 정보통신기술의 풍부한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인텔 등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좋은 사례다. 셋째, 창업, 벤처 육성, 재훈련 등을 강화하고 비정규직과 임금피크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부합한 새로운 직업관 형성이 중요하다. 즉 3D업종은 무조건 기피하는 일자리에 대한 사회가치관이 변화해야 한다. 청년실업 중에서 비자발적 실업자는 재훈련 등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나 자발적 실업자는 취업의 눈높이 등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연구소장(經博) 겸 논설위원 hschung@se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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