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경제 '9월 위기설' 모락모락

은행 새 회계제도·150조엔 부실채권 난제80%대라는 이례적인 지지율과 최근의 주가 안정으로 순풍을 타고 있는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에 벌써부터 '9월 경제 위기설'이라는 암운이 드리워 졌다. 고이즈미 내각이 당장 8월 말까지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할 경우 은행권의 중간 결산기인 9월을 전후해 진정한 금융위기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하고라도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경제 회생 여부가 판가름 나기까지 신임 총리에게 남은 시간은 사실상 4개월에 불과하다. 9월 위기설의 근거는 크게 2가지. 9월부터 은행권에 도입되는 유가증권의 시가 회계제도와 일본 경제의 최대 난제로 지적되는 부실채권 처리문제다. 우선 유가증권의 평가손익을 은행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하는 새로운 회계제도를 도입한 후 주가 및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경우 은행권의 경영난과 그에 따른 경제시스템 마비가 닥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 경제계가 '3월 위기설'에 가슴을 조릴 때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진정한 고비는 2001년 9월"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또 막대한 부실채권은 은행권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은행권의 자체 산정 결과 이미 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진 '불량채권'은 33조엔대. 하지만 재무구조가 안 좋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까지 포함한 '문제채권', 즉 '넓은 의미'의 부실채권은 150조 엔을 웃도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구조개혁 과정에서 기업도산과 경기 후퇴가 계속된다면 이들 문제채권 가운데 상당부분은 불량채권으로 전락, 일부 은행을 파탄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9월부터 시작되는 시가회계는 막대한 주식과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에게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곧바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9월 말 시점에서 주가나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 중간결산에서 막대한 적자에 빠져들 수도 있다. 경제전문 주간지인 다이아몬드는 최신호(12일자)에서 9월을 앞두고 은행들의 경영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폭된다면 은행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들이 연이어 도산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의 걱정거리는 주가 하락뿐이 아니다. 은행권은 부실채권 신규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국채를 대량 매입,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국채 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인 70조엔에 달하는 상태. 경제 전문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은행이 단행한 통화량 확대 결과 장기금리가 상승할 경우, 즉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경우 일본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이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은행 경영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뢰밭에서 국정을 넘겨받은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정책 방향을 표명한 자리에서 지난달 수립된 긴급경제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다음달 말까지 경제 구조개혁 등에 대한 기본 방침을 수립하겠다고 못박는 등 경제 회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임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앞으로 4개월이 처음이자 가장 위험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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