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자산, 차명계좌 입증땐 원소유자로 명의변경 가능

예금이나 주식 등 금융기관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금융계좌에 들어온 금융자산 이라 해도 타인의 계좌명의만 빌려 관리해온 점이 입증된다면 원소유자에게 명의를 되돌릴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명의신탁 해지 청구소송에서 부동산이 아닌 금융자산의 원상회복을 명령한 첫 사례로 실명거래 원칙을 천명한 금융실명제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계좌라 할지라도 명의신탁이 입증된다면 원소유자에게 명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뜻이어서 그 동안 타인 명의로 금융자산을 빼돌린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 판결로 평가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K종금이 박모씨를 상대로 `정모씨가 박씨 금융계좌 명의를 빌려 재산을 빼돌렸다`며 낸 위탁계좌 명의변경 청구소송에서 “박씨는 위탁계좌 명의를 정씨로 원상회복 시켜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이 명의를 확인한 거래자가 실제 거래 당사자이므로 명의신탁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명의 자체의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법의 취지는 명의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보다는 실명거래를 통해 투명성과 조세형평을 제고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려는데 방점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법 취지에 비춰 금융자산이라 하더라도 명의 대여자 외에 실소유자가 따로 있다는 점이 법원 판결 등에 의해 명백히 밝혀진 경우에는 문제의 금융자산 명의를 원소유자로 변경하는 절차가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K종금은 지난 96년 7월 N반도체에 30억원을 대여하면서 이 회사 대표이사였던 정씨의 연대보증을 받아뒀으나 N사가 경영악화로 98년 7월 화의절차에 들어가는 바람에 2억8,000여만원만 변제 받았다. K사는 이후 정씨가 화의개시 뒤인 98년 10월께 개인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사위인 피고 박씨와 딸, 아들 등의 명의를 빌려 S사 주식을 매수하는 등 금융자산 형태로 명의신탁을 한 만큼 이를 정씨 명의로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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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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