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동안 한복을 연구하면서 전통미에 매료됐습니다. 이제 한복에서 찾은 고운 빛깔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사진ㆍ64)는 지난 77년 서울 서교동에 `이영희 한국의상` 간판을 내건 후 평생을 한복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고운 빛깔에 매료돼 한복을 연구하고 작품화했으며 개량 한복을 만들어 생활 옷으로 자리잡게 했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하고 싶어 파리에 진출, `기모노`가 아닌 `한복`이라고 세계 패션계에 각인 시키며 패션 쇼를 가진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한 마디로 그녀의 삶은 한복으로 시작해 한복으로 마무리 되는 셈이다.
이런 삶을 살아온 이 씨가 이번에는 뉴욕 맨해튼에 한국문화박물관 건립을 위해 팔을 걷었다. 한복 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과 관련된 모든 것을 더 넓은 세상에 소개하기 위해서다.
최근 박물관 건립를 위해 사단법인 미래문화를 결성한 이 씨는 “디자이너, 선생님 소리만 듣다가 이사장이라고 불리니 아직은 어색하다”고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씨는 박물관 건립 취지를 알리는 자리에서 “세상 어느 나라의 옷보다 아름답고 뛰어난 데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게 평생 아쉬웠다”며 “훌륭한 옷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데 홍보가 턱없이 부족해 세계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한복 뿐만 아니라 음식, 공연 등 오래 전부터 전수돼온 우리 문화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지원과 홍보, 탄탄한 사업 계획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가 한국문화박물관 건립 지역으로 뉴욕을 선택한 것도 뉴욕이 한국 전통미를 세계에 전파하는 데 최적격의 장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패션 혹은 예술로서의 가치만 중시했다면 파리를 선택했겠지만 뉴욕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존재하는 곳인 동시에 세계적인 경제 중심지임을 감안, 박물관 건립지로 선택했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뉴욕 박물관은 우리 문화를 단순히 자랑하는 곳이 아니라 패션과 전통 상품 비즈니스를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 것의 세계화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