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인상론의 한계

과거 개발연대에는 금리를 내리라는 주장이 자칫 재벌에 대한 특혜처럼 오해받을 때가 많았다. 금융회사의 대출을 대기업들이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곧 재벌의 금리부담을 덜어주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항상 두자릿수의 살인적인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자금수요는 언제나 저축을 웃돌았다. 은행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개방으로 외자유입이 자유로워지고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무모한 투자에 제동이 걸리면서 만성적인 고금리시대도 막을 내리고 한자릿수의 저금리기조가 정착돼가고 있다. 돈의 가격도 세계화에 따른 일물일가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면 저금리기조는 당연한 추세라 할 수 있다. 저금리의 경제적 효과는 수없이 많다. 이자소득 생활자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 불만도 없지 않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경쟁력 약화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고비용구조의 고질적인 원인 하나가 해결됐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바람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금리논쟁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저금리가 반드시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니까 금리가 너무 싼 나머지 은행돈을 빌려다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부동산투기바람이 불고 물가가 불안해지고 있으므로 금리를 올려야 된다는 게 금리인상론자들의 주장이다. 언뜻 금리인상이 부동산투기바람을 가라앉히는 데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적어도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한 대출수요를 억제하고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투기자금화되는 것을 막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달에 수천만원씩 치솟는 악성 부동산투기바람을 과연 얼마간의 금리인상으로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표적인 투기대상인 아파트에 대한 수요의 경우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무주택자가 자기 집을 장만하기 위한 수요가 있을 것이고 둘째는 여유자금을 가진 계층의 투기수요, 그리고 서울 강남지역과 같이 교육 같은 생활여건을 이유로 하는 이전수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두번째 여유자금을 가진 계층의 투기수요가 문제인 것이다. 이 같은 투기수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왜 여유자금이 부동산에 몰려드는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시중자금이 부동화하고 투기자금화하는 이유로 흔히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부분적으로 옳지만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우선 과거에 비해 이자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춰 우리나라 금리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로 따져도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이자가 낮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투기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에 몇천만원, 몇억원씩의 투기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이자율이 아무리 높아도 만족스러울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높은 투기이익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 투기를 잡으려는 것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금리인상이 가져올 여러가지 부작용을 감안한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부동산투기를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세제와 세정을 통해 투기에 따른 기대이익을 낮추는 것이다. 주택보급율과 자가거주율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를 신봉하는 부동산투기세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망국적인 부동산투기바람에서 경험했듯이 부동산가격의 폭등은 우리 경제의 펀더먼털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투기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보다는 긴 안목에서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자본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자금은 불어나는데 부동산만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유일한 투자대상인 것이 문제인 것이다. /논설위원(經營博) srpark@sed.co.kr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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