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IR 빛과 그림자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민관 합동으로 개최한 한국 경제 IR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외국 투자자들은 개막 시간인 오전 9시가 되자 5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들은 컨퍼런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한국경제 이상 무(無)`를 설파하며 투자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느라 부산했다. 17일 보스턴 메르디앙호텔. 이런 모습은 피델리티 등 이른바 미국 금융시장의 `큰 손`들이 대거 모여든 이튿날 설명회에도 이어졌다. ▲북핵 ▲불안정한 노사관계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3재(災)`는 여전히 미국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였고, 기업들은 점심 시간을 아껴가며 안정성과 클린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썼다. 같은 시각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서울발 뉴스 소식판. 이곳엔 조흥은행 노조의 단체 삭발 소식이 연이어 흘러 나왔다. 기업의 구조조정 작업이 노조의 반발 속에 질척거리는 현장은 우리 기업들의 IR 현장에까지 흡입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외국계 투자자는 IR장을 찾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되레 “한국 기업에서 노조는 과연 어떤 존재냐?”며 반문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도 예외 없이 터져 나왔다. 헤지펀드인 디스커버리의 자산운용가 데이비드 전은 “한국 정부의 정책이 성장에 비중을 둔 것인지 분배에 둔 것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며 정부의 정책이 외국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중 하나임을 거침없이 털어 놓았다. 재계의 IR를 돕기 위해 정부 인사들이 동행중이지만,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정부의 경제 정책은 기업들에 여전히 `우군`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어렵게 마련된 글로벌 로드쇼는 이처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다면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기업들은 지금 말그대로 `고통의 사슬`에 둘러싸여 있다.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아 밤을 세우며 뛰어 다니지만, 뒷편에는 강력한 노조와 엇박자를 연발하는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의 기업들은 언제나 진정한 우군을 만날 수 있을까. <보스턴=김영기기자(산업부)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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