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선인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와의 독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승용차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 국제적 마찰이 일고 있다.
특히 다임러가 현대-베이징기차간의 합의를 알고도 합작을 추진, `현대차-다임러-베이징기차`간의 3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현대차의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기술 이전을 확대하는 등 `빅딜` 형태로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협상에 실패할 경우 강경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전략적 제휴가 국제 마찰로= 현대차는 지난해 4월 베이징기차와 승용차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기차`를 설립하면서 `다른 회사와 합작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독점 조항을 삽입했다. 그런데 베이징기차가 합의를 무시하고 지난달 다임러와 합작법인을 설립,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생산키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현대차로서는 중국내 주력 차종으로 삼고 있는 그랜저XG의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돼 시장 공략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대차를 더욱 발끈하게 한 것은 상용차 합작공장을 추진중인 다임러가 독점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합작법인 설립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 5%를 추가 매입하는 것을 놓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시점인데다, 전주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막판 협상을 남겨둔 시기여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선(先)빅딜 후(後) 강경대응= 현대차는 베이징차에 항의서한을 발송했으며, 15일 본사 고위 관계자들이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차와 긴급 협의를 갖는다.
일단은 양측 합의가 MOU 상태로, 중국 정부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 이와 별도로 베이징기차와 `빅딜` 형태로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차의 라인을 증설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생산하거나 합작선에 대한 기술 이전이나 R&D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차에 최대한 `당근책`을 제시함으로써 다임러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무산시킨다는 복안이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계를 생각할 때 마찰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되 최악의 경우에는 강경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