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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1월 28일] EU에서 독일의 역할

유럽은 지금 교차로에 서 있다. 경제침체는 유럽연합(EU)의 시험 무대이자 회원국들의 EU정책에 대한 호응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회원국들 입장에서는 고립적인 태도를 고수하느냐 아니면 협력적으로 대응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협력적일 경우 유럽은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EU의 합법성도 강화되겠지만 반대라면 EU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가 전유럽 지역에 휘몰아치면서 정치인들은 늦기는 했지만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이 같은 움직임이 약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경제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재정 투입이 중요하다. 유럽위원회(EC)와 개별국가 차원의 경기부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경기부양을 위해 EC는 300억유로를, 회원국들은 1,700억유로를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들이 재정 투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문제다. 만약 이들 국가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2,000억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 집행이 힘들어진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큰 폭의 재정적자 속에 경기침체에 진입했고 또 상당수는 재정적자 폭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설 정도다. 너 나 할 것 없이 힘든 상황인 것이다. 이탈리아ㆍ그리스 등의 경우 할당된 재정을 투입하게 되면 국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EC는 국가별 출자규모를 조정할 수는 없다. 유럽의 정치기구는 경제위기를 관리하기에 최적이지는 않다. 다만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데 유용할 뿐이고 개별 국가를 컨트롤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독일은 그간 정치적 통합을 옹호해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독일은 다른 회원국들의 희생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독일보다 사정이 더 열악한 회원국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독일은 미온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독일이 유럽통합의 이상을 떠받쳐주지 않는다면 어느 국가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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