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잇따라 극도의 위기감을 드러내면서최근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잘 나가는 기업'들이 엄살을 떠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내년 이후 전자업계의 시장전망을 살펴보면 이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휴대전화 등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차지하는 품목 외에도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업계 전반에 걸쳐 공급과잉, 가격하락및 이에 따른 경쟁심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대 화두 `비상경영' = 삼성그룹은 최근 내년도 경상경비를 올해보다 30% 줄일 것을 계열사에 지시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삼성은 올해 결산을 앞두고 카드사용 절제 등 이미 소모성 경비 줄이기에 나서는 한편 일선 사업장별로 대대적인 경비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경영여건 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내년 초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당초 1천50원으로 잡았던 기준환율을 새로 설정하는 등 경영전략을 크게 수정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요즘 그룹의 최대 화두는 단연 비상경영"이라며 "내년에는 환율이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여 예상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일선 사업장을 중심으로 경비절감 등 강도높은 비상경영 체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005930]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달 창사 35주년 메시지에서 "세계 경제하락세, 주력사업 시황 악화 등으로 내년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초일류로 가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066570]도 김쌍수 부회장이 12월 메시지에서 "지금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이제부터 비상경영을 한다는 각오로 다각적인 위기관리에 나서자"고 밝힌 것을계기로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시장전망 `먹구름' = 보통 4-5년을 주기로 하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내년 세계 반도체시장 성장률을 당초 예상치인9.6%에서 4.7%로 최근 수정하고 시장규모를 2천371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반도체 재고, 전자장비 생산 감소 등을 근거로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내년 성장률을 1.2%로 본 것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가격하락으로 반도체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내다봤고 특히 D램 매출은 올해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내년 반도체 매출이 7.5% 늘어날 것으로 봤던 IDC도 최근 "내년 반도체 매출이 2천50억달러로 2% 감소할 것"이며 "공급 초과로 가격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수익성도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LCD는 가격하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일본, 대만, 중국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설투자를 하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샤프와 LG필립스LCD[034220]가 6세대 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내년에는 삼성전자 7세대 라인이 양산을 시작하고 대만의 AUO, CPT, QDI도 6세대를 가동한다.
휴대전화도 고성장세가 꺾이면서 성장률이 5%에 그치고 가격인하 경쟁, 지나친개발비용 부담 등 위협요인이 많다고 LG경제연구원 조준일 부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지멘스의 기존 4강 구도에서 소니에릭슨과 중국업체들의 시장진출 확대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가전시장도 성장률이 2-4%에 머물 전망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세계 백색가전 시장은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시장의 경기하락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시장도 신장이 미미할 것"이라며 "내수는 시장침체에 따라 수요 양극화가 심화되고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이전도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빠르게 확대되고 디지털TV 시장 등 새 수요가 창출되지 않으면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