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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쿠쿠전자가 사흘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공모가와 비교할 때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수준. 경영권에 더해 대규모 지분 평가이익을 올린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는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지만 공모가에 보유 지분 절반을 내놓은 동생 구본진씨는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쿠쿠전자는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8.40%(2만원) 내린 2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다 사흘 째 주가가 조정세를 보였다. 직전 이틀 동안 612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기관이 20억원어치 내다팔았고 외국인 역시 102억원의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으면서 급등세를 진정시켰다.
낙폭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주가 상승률은 21%. 공모가였던 1만4,000원과 비교하면 109.6%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장남 구 대표의 지분 가치는 공모가 기준 3,375억원에서 현재 7,075억원으로 급등했다. 불과 사흘 새 3,700억원에 달하는 지분 평가이익을 올렸다.
반면 구 회장의 차남 본진씨는 내심 배가 아픈 상황이다. 보유하고 있던 쿠쿠전자 지분 29.36% 중 15.00%를 구주매출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본진씨가 챙긴 현금은 1,500억원.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넘게 급등한 만큼 총 1,676억원의 이득을 포기한 셈이다.
쿠쿠전자의 이번 상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측면이 컸다. 지난 2012년 구 대표와 본진씨가 각각 53%와 47%의 지분율로 양분하고 있던 쿠쿠홈시스가 쿠쿠전자와 합병하면서 구 대표는 쿠쿠전자 지분 33.1%, 본진씨는 29.4%를 보유했다. 자칫 형제 간 지분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장을 통해 본진씨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절반을 내놓으면서 구 대표의 경영권이 공고해지는 한편 본진씨는 막대한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본진씨는 상장작업을 시작한 올 3월 쿠쿠전자의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주가 전망은 어떨까. 시장 전문가들은 쿠쿠전자의 현재 주가는 고평가된 수준으로 진단하면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밥솥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렌털 사업 진출,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모멘텀이 큰 것을 시장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내년 실적만 놓고 봤을 때는 현재 주가 수준은 과도한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꼼수로 경영권을 승계한 데 따라 기업의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쿠쿠전자의 경우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했다고 하더라도 세금 한 푼 없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에 부합하지 않는 종목"이라며 "기업 이미지가 투자 판단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