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21일] 해괴한 건국 60주년 기념 세일

최근 광복절 연휴를 맞아 백화점들은 일제히 특별세일행사를 가졌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 간 진행된 세일의 명칭은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 세일’. 백화점들이 올해 유례없는 건국 60주년 기념 세일을 실시한 것은 서울시의 요청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백화점협회에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세일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백화점들은 처음 서울시의 요청을 받고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계획에도 없던 세일을 부랴부랴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서 비수기인 8월에 세일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은 나쁠 게 없는 만큼 재빠르게 협력업체들을 접촉해 세일을 성사시켰다. 이번 세일로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고 백화점은 매출이 늘어 모두가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협력업체도 이 기회를 활용해 재고를 처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국 60주년’이라는 표현을 둘러싼 논란은 둘째로 치더라도 굳이 서울시의 주도로 이 같은 해괴한 세일을 벌여야 했는지 의문이다. 우선 이번 세일로 백화점의 세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들은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ㆍ송년 등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백화점 세일에 맞춰 구매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예정에 없던 세일이 불쑥 생기면 앞으로도 언제든지 새로운 세일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정기 세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의 세일 시기는 다년 간의 경험을 통해 상품이 잘 팔릴 최적의 기간에 맞춰져 있다”며 “따라서 휴가철 비수기에 진행된 이번 세일은 생뚱맞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세일로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서울시의 취지도 궁색하다. 백화점에서 이번 세일 기간 매출이 증가한 품목은 명품과 핸드백ㆍ잡화 등으로 서민생활과 크게 관련이 없다. 더구나 이번 세일을 통해 가을 신상품을 앞당겨 구매했을 뿐 추가적인 수요가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업체의 사정은 무시한 채 시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세일을 정책적인 목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손해 볼 게 없어 세일에 동참은 했지만 솔직히 이번 세일을 기획한 서울시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는 백화점 관계자의 말을 서울시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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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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