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보기술(IT)업계를 좌지우지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경쟁사를 기록한다. 그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궁금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검색할 수 있게 됐고, CD보다는 MP3 플레이어나 휴대전화를 통해 음악을 듣게 됐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활용해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게 됐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사이 치열한 '디지털 워(Digital Wars)'가 자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T업계 제왕으로 군림하던 1998년, 당시 애플의 가치는 55억 4,0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의 역습이 곧 시작됐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2년 중반에는 아이팟을 단순히 음악 플레이어에 그치게 하지 않고 음반 업체를 끌어들여 아이튠즈 뮤직스토어까지 도입, 음원 사업으로까지 확장시켰다. 하얀 헤드폰으로 정체성을 만들며 유행을 타기 시작한 아이팟은 2009년까지 매 분기마다 판매량이 증가해 애플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다 줬다. 애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머지않아 휴대폰이 아이팟 시장을 가져가리라 예측하고 휴대폰 사업에까지 뛰어들게 된다. 모토로라와 함께 만든 최초의 기기, 락커 폰은 무참히 실패하고 만다. 뼈 아픈 고통 뒤 애플은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당시 시장은 노키아의 심비안, RIM의 블랙베리를 비롯해 팜과 제휴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점하고 있었다. 불과 200여명의 개발 인력으로 뛰어든 애플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기만 했다. 그러나 애플은 정전식 터치스크린, 매뉴얼이 필요 없는 사용법, 놀라운 배터리 성능, 매력적인 디자인 등으로 놀라운 혁신을 만들어낸다. 주식 시가총액이 55억 4,000만 달러였던 애플은 지난해 8월 3,415억 달러까지 상승했고, 다른 어떤 회사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됐다. 이에 반해 마이크로소프트는 2,143억 달러, 구글은 1,851억 달러였다. 90년대 IT 강자로 불리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사가치는 40%나 감소했다.
물론 '디지털 워'의 최종승자가 애플이라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말해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용자를 충분히 만족시킬 또 다른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전쟁터에서 다음 전쟁을 기다리는 기업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 존재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당신이 전쟁에 패했다면, 승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새로운 전쟁터를 찾는 것이다"고 한 팀 쿡 애플 CEO의 말이 소리 없이 치열한 디지털 전쟁의 특징을 가장 잘 집약한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디지털 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가 이겼는지를 아는 것보다 그들이 왜 거기서 전쟁을 시작했는지, 15년 전 IT분야의 가장 큰 회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이들을 막지 못했는지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책은 바로 그 전쟁의 내막을 다루고 있다. 성공요인을 단순히 분석한 것이 아니라 그 전쟁터에서 누가 싸웠고, 그들의 작전은 무엇이었는지, 왜 이기고 졌는지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영국 가디언지 IT전문기자로 25년간 일한 기자가 책을 엮었다. 베테랑답게 자신의 주장보다는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를 바탕으로 총성 없는 전쟁과도 같은 IT 시장을 촘촘히 담아냈다. 각각의 상황마다 반대 입장 또는 경쟁자들의 인터뷰와 반응도 함께 실었다. 1만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