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미국 뉴욕증시의 시황을 확인하는 일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급속히 전파되다 보니 호시절에는 체감하기 어려웠던 글로벌 경제의 파급력을 절감하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 국가 혹은 정부의 존재감도 부쩍 커진 느낌이다. 시장주의를 떠받드는 맹주라 할 미국 정부마저도 그간 시장의 탐욕을 너무 방치했다는 비판 속에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뛰어들고 있는 판이다.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비롯해 보험사인 AIG에 대한 구제금융 투입,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 마련, 기업어음 직접 매입 등 미국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이례적인 대책들을 잇따라 쏟아냈다. 지난 8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중국 등과 공조해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하기도 했다.
이제 시각을 국내로 좁혀 보자.
개인들은 펀드에 묻은 쌈짓돈을 언제 빼내야 하나, 집값이 하락하는 이참에 집을 팔까 아니면 살까 하는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다. 기업들은 돈줄이 말라 좌불안석이다. 펀더멘털에 별 문제가 없던 기업마저 내일을 기약하기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권은 그 틈을 타 ‘정부 흔들어대기’에 여념이 없다.
곡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니 정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모두가 정부를 향해 “내가 믿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외치고 있는 꼴이다. 그간 환율 정책 등에 있어 정부의 정책이 미덥지 못했던 측면도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자초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시점에 우리의 태도가 온당한지는 의문이다. 개별 경제주체들이 위기 국면에서 약속이나 한 듯 정부를 바라보는 것은 그나마 정부가 공익과 국익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현 위기가 대외변수로 초래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정부를 책잡는 데만 혈안이 돼서는 곤란하다. 때마침 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각국의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지금이 총체적 난국이라면 정파적ㆍ계층적 이해관계를 떠나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