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심 저버린 상술 '눈살'

"숭례문 기와 팔아요"… 제사상 차리고 조의금 '꿀꺽'<br>봉사·소나무 기증등 문의· 희망의 불씨도

‘숭례문과 함께 양심도 불탔나.’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틈타 한 밑천 잡아보려는 몰상식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는 숭례문 기와를 판다는 글이 올라와 비난이 쏟아졌고 화재현장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조의금을 챙긴 여성이 관계당국에 적발되는 등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숭례문 기와 팝니다…양심 저버린 상술=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 유명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숭례문 기와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은 “화재로 사라진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소유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경매가를 50만~10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는 기왓장을 폐기물 처리장에서 수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네티즌은 “숭례문 기와 판매를 중지해달라”는 서명운동을 제안, 이틀 만에 3,700여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에 나서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해당 경매사이트는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경찰은 해당 글이 게시된 경위와 함께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중이다. 또 16일 오전에는 숭례문 앞에서 50대 남성 3명이 화재 발생 전 숭례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1장당 5,000원씩 받고 판매하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철수하는 소동이 일었다. ◇제사상 차려놓고 조의금 ‘꿀꺽’= 서울 중구청은 16일 숭례문 주변에 제사상을 차리고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낸 조의금을 챙긴 정모(68ㆍ여)씨를 적발해 현장에서 제사상을 철거하고 조의금 16만원과 기증 받은 술 등을 모두 압수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숭례문 화재 다음날인 11일부터 제사상을 차리고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 절을 하고 조의금을 낼 것을 권유했으며, 일부 시민들은 실제 숭례문을 애도하기 위해 마련된 곳으로 생각하고 조의금을 내기도 했다. 또 정씨가 경찰 및 구청 관계자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 또 다른 시민이 몰래 제사상에 다가가 그 위에 놓여 있던 돈을 슬쩍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숭례문 화재사건을 악용한 한탕주의가 잇따르자 시민들은 “숭례문을 두 번 죽이는 일”, “숭례문 화재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면서 비난했다. ◇희망도 있다…기증ㆍ자원봉사 문의 밀물= 하지만 숭례문 복구작업의 일손을 돕거나 부재를 제공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가 쇄도하는 등 희망의 불씨도 타오르고 있다. 문화재청에는 사람들이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해 복원에 쓰일 소나무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오고 있다. 또 숭례문 화재현장에서는 서울 중구 신당2동 부녀회와 회현동 부녀회, 명동 부녀회 등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커피와 녹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봉사에 나섰다. 화재사고 후 처음으로 맞은 주말인 16, 17일 화재현장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중구청이 준비해놓은 방명록은 천안, 울산, 부산, 마산 등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적은 애도의 글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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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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