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 정쟁 휘말리면 L자형 침체 올수도"

■ 5·31 이후 한국경제 갈림길에<br>각종 지표 하락세…하강속도·기간 전망 안갯속<br>경기변수 수두룩…정치 불안 겹칠땐 상황 악화



우리 경제의 중장기 흐름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은 아직은 엇갈린다.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하강 흐름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하강의 속도와 길이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세계경제의 둔화 움직임과 유가와 환율의 방향, 여기에 정치적인 불안정 증폭 등 경제를 이루는 함수 모두가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는 8일 콜금리 결정을 앞둔 금융통화위원회의 한 위원조차도 “이번 통화정책회의는 정말로 힘들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고비에 서 있음을 뜻한다. ◇경기지표들 일제히 안개 속=최근 나온 경제지표들을 보면 1년가량 진행돼온 경기의 낙관적인 상승기조가 일단 꺾인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 같은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확률도 매우 높아졌다. 경제성장률과 관련,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ㆍ4분기 5.8%에서 3ㆍ4분기 5.1%에 이어 4ㆍ4분기에는 4.4%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았고 삼성경제연구소는 3ㆍ4분기 4.5%에 이어 4ㆍ4분기에는 3.7%까지 내려 잡았다. 3~6개월 후의 경기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 지표들도 이를 확인해준다.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종합지수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5.9%로 전월의 6.6%에 비해 0.7%포인트 떨어지며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소비자기대지수도 지난 4월 2.8포인트가 급락하면서 3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고 기업들이 보는 경기전망도 회색이다. 물론 부정적인 톤으로만 가득찬 것은 아니다. 통계청이 1일 내놓은 ‘4월 서비스업 활동동향’만을 보면 소비경기가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총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0% 올라간데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0.7%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소비와 투자 등 국내 수요 증가세가 견조해 하반기 안정성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경제의 상황이 갈림길에 서 있는 만큼 경기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 ◇지뢰밭 넘지 못하면 L자형 침체=경제 전문가들이 정작 우려하는 것은 현재 드러난 지표들이 아니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반기에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유가 변동 등 경기의 방향을 크게 좌우할 요인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관심을 모으는 것이 세계경제의 흐름이다. 오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중국 경기가 지난 1ㆍ4분기에 과열양상을 띠었고 미국 경제는 주택 가격 조정과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이라는 환경에 처해 있다”며 “세계경제가 당분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한국 경제도 이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5ㆍ31 지방선거도 경제 상황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중장기 조세개혁 등이 제대로 될지 솔직히 의문”이라며 정책 속도에 대한 부담을 확연하게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입법안이 몇 개나 통과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들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더욱 근심거리다. 재경부의 한 당국자는 “내년 성장률이 5%를 밑도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불안정까지 겹칠 경우 상황이 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은 완전한 더블딥(일시 상승 후 재하강)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정책들이 정쟁에 휘말리고 경제주체들간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L자형 곡선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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