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10일] 잃어버린 백제왕국을 찾아서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의 운명은 처절하고 비참하다. 나당연합군에 패배한 백제왕국의 비련한 운명의 상흔은 아직도 깊게 각인돼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찬란했던 문화와 백제인의 정신과 기백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전쟁에서 패배했더라도 이처럼 잊혀진 역사로 묻힐 수 있다는 말인가. 경주에 가보면 신라 문화의 진수가 잘 정리돼 있고 신라인의 기상과 자긍심을 접할 수 있다. 국가가 나서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승전국 신라를 복원시킨 탓이다. 반면 공주나 부여에는 패전국 역사의 썰렁함과 싸늘한 분위기만 지배하고 있다. 오히려 백제가 전파한 문화의 진수를 일본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게 딱한 현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을까. 같은 민족 간 지난날의 갈등과 상흔이 아직도 상존해야 마땅한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백제는 두드러진 개척정신으로 동남아시아와 교류했던 해상왕국이었다. 뛰어난 기술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빼어난 문화를 창조해냈다. 근래 충청남도가 구사하는 탁월한 외자유치와 대외무역 능력의 배경에 교류왕국 백제의 기상이 배어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이러한 백제의 실체적인 모습을 찾아내고 그 정신을 계승해나가야 한다. 충남은 대(大)백제문화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고품격 문화창달을 위해 백제역사 재현단지를 조성하고 명실 공히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승화시켜 잃어버린 백제왕국을 재현시킬 작정이다. 베트남ㆍ캄보디아ㆍ중앙아시아 등 백제 주요 교역국들을 중심으로 해외 참여국가를 확대할 예정이다. 철저한 고증에 의거해 왕궁복원과 문화유적ㆍ유물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백제문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유실된 백제문화재의 회수와 복원이 급선무다. 이에 대한 다각적인 지혜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잃어버린 백제왕국의 혼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 혼에 배어 있는 백제인의 문화와 기상을 되찾아야 한다. 전쟁 승패 여부를 떠나 역사와 문화 앞에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교류왕국’ 대백제의 부활 여부는 국민의 관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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