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분당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입니다. 전세금은 1억원이고 3월에 전세기한이 끝납니다. 현재 은행예금 등을 해약하고 2,000만원 정도의 융자를 받는다면 평촌 등 신도시의 자그마한 아파트는 마련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마침 집 주인이 전세금을 4,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이사비용 등을 감안해 이번 기회에 집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저는 1~2년 뒤에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그때 가봐서 마련해도 늦지 않는다며 설득중입니다. 전세금을 올려주고 1년동안 전세기간을 연장한 다음 아파트를 마련하면 좋을 지, 아니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지금 아파트를 장만하는 게 나을 지 궁금합니다.
답 상담자의 질문은 평촌지역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를 언제 구입하면 좋겠느냐`는 것으로 요약되는군요. 일단 구입시기에 대한 결정을 위해서는 과거 수도권의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환위기후 5년동안 주택경기는 침체와 활황이란 극단을 오가고 집값 또한 춤을 추었습니다. 91년부터 시작된 오랜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대한 반등으로 96년말 수도권 신도시(분당, 일산)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빠른 가격상승현상이 일어났던 시기로 이 당시 분당, 일산 등의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강남지역의 아파트가격이 하락하는 현상도 보였습니다. 이후 97년 외환위기로 고금리, 실업증대, 신용부족, 금융기관 자금회수 등으로 시중자금의 유동성 부족으로 2001년 중반까지는 주택수요가 냉각되면서 집값이 급락했으나, 2001년 후반부터는 저금리와 아파트공급부족, 재건축바람과 학군 등 여러 요인이 결부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중의 여유자금이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했습니다. 정부는 침체기에는 금융지원을 통해 주택수요를 진작했고, 활황기에는 주택공급확대와 투기수요억제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중순후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 총64만가구의 입주물량이 공급되면서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최근 언론보도 등을 살펴보면 아파트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초ㆍ중ㆍ고생들의 겨울방학인 1월은 전통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임에도 올해는 다소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어 주택구입시기에 대한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듯 합니다.
더구나 새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정책은 서민주거안정과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 1년간은 주택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 쉽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서울지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5만2,000여 가구 보다 36% 늘어난 7만1,000여 가구로 최근 아파트가격하락의 원인인 동시에 올해 가격상승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폭락 또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디플레 우려로 큰 폭의 금리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세금공제후 은행금리가 제로라면 부동산으로의 자금흐름은 지속될 것이고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아직 90%수준으로 집값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재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현재 주택가격이 하락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심리적 안정과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주택구입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므로 자금여건이나 주거지역 선정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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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하나은행 골드클럽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