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실의 이영구와 윤준상이 염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세돌은 백6으로 하변의 백을 보완했고 선수를 잡은 최철한은 회심의 급소 일격을 가했다. 흑7이 그것이었다. 이 수로 8의 자리에 두는 것은 아무 수도 되지 않는다. 흑7이야말로 짜릿짜릿한 공격의 급소였다. 이세돌의 백10은 비장한 승부수였다. 이 수로 14의 자리에 잇는 것은 흑이 12의 자리에 젖히게 되어 백대마가 그대로 잡혀버린다. 이세돌의 백10은 백16으로 끊겠다는 사전공작이었다. 백10으로 두어놓으면 일단 백12와 백14를 선수로 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수를 늘여놓고서 흑의 외곽 일부를 물어뜯어 시비를 걸어보겠다는 처절한 승부수였다. “막상 끊기니까 흑도 괴롭네.”(홍성지) “철한이형의 흑7이 성급했어.”(윤준상) “흑이 좀더 모략적으로 둘 필요가 있었어.”(이영구) 87트리오가 머리를 맞대고 읽어낸 모략적인 길, 흑이 이기는 길은 참고도1이었다. 흑1, 3으로 공작을 해놓고 비로소 흑5로 쳐들어간다는 것. 이젠 백이 A로 끊어보았자 축이므로 백은 8, 10으로 이단젖혀 패를 내는 도리밖에 없는데 팻감은 흑이 많으므로 백이 못견딘다. 그러므로 백은 참고도1의 백4로 참고도2의 백1에 씌워 역습할 수밖에 없으며 이 코스는 흑이 12로 잡고 백은 13으로 상변을 크게 점령하는 것으로 낙착된다. 그러나 흑은 14, 16으로 끝내기하는 수단이 있으므로 바둑은 흑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