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조조영화와 낮술/이상수 국회의원(로터리)

요즘 대낮에 영화관이나 기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경제난과 함께 조기퇴직이다, 명예퇴직이다 하여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낮에 시간을 때우는 장소로 영화관이나 기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 「조조영화」가 성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직장을 못구해 하릴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단돈 몇백원으로 시간을 죽이기 위해 찾는 장소가 조조영화를 상영하는 3류극장이었다. 조조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춥고 그늘져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시간을 때우러 영화관에 갔다가도 쉽게 영화내용에 감동되어 웃고 울기도 하는 여린 마음의 사람들이다. 조조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낮술」이라는 말이 있다. 대낮에 얼굴이 붉게 취해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조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심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낮술은 밤에 마시는 술과는 다르다. 낮술은 열심히 일을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한잔 걸치는 밤술과도 다르다. 여유가 있어 호기있게 한 잔 하며 예쁜 색시에게 수작이라도 걸어보기 위해 마시는 사람들의 술도 아니다. 주머니가 비어 있어 단돈 몇백원으로 막소주를 사서 막힌 심정을 털어보려고 마시는 술이다. 과거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우리 50대에게 조조영화나 낮술은 우리 생의 한부분을 지나간 감미로운 추억의 대상이기도 했다. 조조영화를 보거나 낮술을 먹어야 했던 어려운 시절은 우리에게 일시 좌절을 주기도 했던 때이지만 한편 우리에게 무한한 도전을 약속했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조조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주로 나이 지긋한 인생의 황혼기에 처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일시적인 좌절속에서 조조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좌절의 아픔을 겪게 되고 별달리 꿈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추운 사람들일지 모른다. 산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활기있게 산다는 것은 더욱 즐거운 것이다. 나아가 함께 활기있게 사는 것은 가장 즐거운 것이다. 최근 기업이 어렵다고 하며 쉽게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정리해고가 법제화되어 기업가들이 마음만 먹으면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마구 사람들을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자기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보다는 함께 활기있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이 더욱 아름답다. 눈이라도 포근하게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흰눈으로라도 추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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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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