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주력 종목과 선수의 다양화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오는 7일부터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우리나라 국민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쇼트트랙 이외에 큰 볼거리가 없었지만 밴쿠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따면서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다.

한국 선수단의 참가 종목도 스키점프·봅슬레이·루지·컬링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주최국으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와는 달리 우리 경제는 여전히 소수 대표선수의 활약에만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소수 대기업의 부품·소재, 조립완성품 수출을 통해 오늘날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5위, 수출 세계 7위에 올라섰다. 주력 산업군은 철강·석유화학 등 일관공정형 산업과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등 조립가공형 산업으로 이들 분야가 전체 제조업의 국내 부가가치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고용·수출을 견인했을 뿐 아니라 경쟁력 면에서 세계 정상, 또는 근처까지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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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스포츠에서 영원한 승자가 없듯 우리 주력 산업군의 전성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발전의 단계상 우리보다 약 20년 앞서 가는 일본의 행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은 조립완성품 분야의 정점에 있었던 1990년대 초반을 지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께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미 원화 절상 및 일본과 유사한 고비용 구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IT 세트제품의 경우 이미 80% 이상이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이 조립완성품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없이 성장동력이 꺼지게 되면 한국 경제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고 해외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점유율이 점차 하락해 결국 무역·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대외 부문의 부진은 내수 침체로 이어져 고령화와 함께 한국 경제의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암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주력 종목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다수의 대표선수를 키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고부가가치형 서비스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제조업·수출에 편향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는 한편 전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중소·중견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의 발전과 위상은 소수 종목에서 따낸 금메달이 아니라 다양한 종목에 참가한 모든 한국 대표선수들의 기량에 달렸다. 한국 경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주력 종목과 대표선수를 다양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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