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특허관리 전문성 갖춰야

지난해 한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100억원 이상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단돈 6,000만원에 팔릴 뻔한 적이 있었다. 시장에서 예상되는 수익이 수천억원이 넘을 수도 있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유효한 이전 전략을 수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으로 국내 대기업 간에 경쟁이 붙어 결국 선급금 22억원에 적절한 경상 기술료까지 받아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생명과학부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항암 세포치료제의 기술이전 계약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연구팀은 물론 학교 내에서 기업과 협상에 나설 만한 전문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다행히 특허청에서 특허관리 어드바이저를 파견해 문제가 쉽게 해결됐다. 협력기업으로부터 2억원의 선급금과 향후 임상시험을 해당 국립대의 병원에 유치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최근 들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특허활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학의 경우만을 보더라도 특허출원 건수가 지난 2000년에 전체 특허출원의 1%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2005년에는 2.4%로 증가했다. 기술이전 금액도 2003년에 23억원에 그쳤던 것이 2005년에는 69억원으로 늘어났다. 통계 수치만을 보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건당 기술료 수입은 2004년 5,200만원에서 2005년 4,400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지난해는 4,000만원으로 떨어져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늘어나는 특허 수에 비해 질 좋은 특허를 창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특허관리 인력 및 예산 분포를 보면 그 이유를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모두 특허관리 인력 중 전문인력과 전문활동에 투입되는 예산이 전체 특허관리 인력 및 예산 대비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수치도 국내 상위 10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통계로서 조건이 더 좋지 않은 기관들의 사정이 훨씬 나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현실을 두고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도 질 좋은 특허를 창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유지ㆍ관리하기 위한 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 우선은 연구개발(R&D)과 특허, 그리고 기술혁신(체계)이 국가의 과학기술 및 산업의 경쟁력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인식제고가 선행돼야 한다. 연구자나 특허관리 담당자뿐만 아니라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기관장 및 기업의 경영진, 정부의 관련 부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우수특허의 창출과 활용에 대한 인식전환과 노력이 시급한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 등 특허관리의 주체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및 제도적 지원방안 등을 통해 R&D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양적인 성과평가체계를 질적인 체계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특허관리 어드바이저’ 파견을 확대하는 한편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특허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특허관리체계(역량)를 진단해 일정수준 이상인 기관에는 인증서를 발급하는 인증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의 R&D 예산 규모가 10조원를 넘어서는 시대가 됐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의 미래 경제발전이 기술혁신에 의한 부가가치 높은 지식재산의 창출과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술혁신의 전초기지인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특허관리의 전문성을 제고해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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