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대전/격동의 자본시장] 증권사 객장이 사라진다

「사이버가 신새벽을 연다」최근 불고있는 증권산업 격변의 진앙지는 사이버 공간이다. 끝 모를 사이버 수수료 인하, 사이버 증권사 출현, 이에따른 중소증권사의 퇴출위기, 인터넷 직접공모 등 기존 증권업계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한국증권연구원의 이정범(李柾範) 박사는『사이버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최소한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 증권사들은 조만간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사이버시장 성장속도가 빠른 현실이 중소증권사의 도태를 부추키고 있다. 증권시장의 사이버화를 사이버거래의 양적확대라는 좁은 시각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가상 거래소의 등장, 발행시장의 사이버화 등 사이버의 물결이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을 정도다. 증권사의 중개업무가 필요없이 가상공간에서 주식 거래가 이루어 지고 기업이 직접 사이버 거래시장으로 들어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시대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증권거래소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수 없다. 사이버 물결에 휩싸이며 가상증권거래소가 탄생할 날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물리적인 거래소시장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보다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사이버 거래소에게 고객을 빼앗겨 버릴 공산이 크다. 이미 영국에서는 공인 가상증권거래소(ECN)인 트레이드포인트가 95년부터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900여개 종목을 거래하며 성업중에 있다. 미국은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버나드 마도프 등 3개 대형 투자은행까지 급성장하는 ECN시장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 가상증권거래소를 내년 6월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해놓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사이버 혁명의 일단이 나타나고있다. 증권사 가상 영업점에 이어 가상공간에서 직접 주식을 모집한 기업이 나타났다. 골드뱅크와 하나로통신이 98년 4월과 9월 인터넷에서 공모주청약을 실시해 자금을 조달했다. 사이버 발행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증권 기획팀의 이광희(李光熙) 과장은 『증권거래소 등 업계 유관기관과 학계 인사들이 최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사이버 증권거래소를 포함, 사이버시장 육성을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화의 기수는 뭐니뭐니해도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는 사이버 유통시장이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한 거래, 즉 홈트레이딩은 주식시장 활황이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급격하게 늘어났다. 10월 들어 전월 대비 44.7% 증가를 보였고 12월엔 약정대금이 2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월대비 85%나 증가했다. 지난 5월엔 23조9,128억원의 사이버 거래를 보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22%나 급증했다. 홈트레이딩이 전체 주식시장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1월 1.21%, 99년 2월 4.76%에서 5월 10%를 넘어섰다. 개인컴퓨터(PC) 대중화 등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증권 영업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주식의 유통에서 발행은 물론, 채권매매가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실시간에 행해지고 있다.앞으로 인터넷 이용자수가 더욱 급증하면서 홈트레이딩 규모는 그 편리성과 경제성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사이버 시장의 선점을 위한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두달사이 사이버 거래 수수료는 종전의 20%수준으로 낮추어졌다. 이같은 수수료 인하는 일반 거래 수수료 인하에도 영향을 줄것으로 보여 증권사 수익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수수료 경쟁과 증권사 수익구조 변동은 증권산업의 재편으로 연결, 수익감소를 피할수 없는 중소증권사의 도태와 흡수합병, 새로운 수익원의 창출을 위한 증권사의 변신, 사이버 매매만을 전문으로 중계하는 증권사의 출현 등 여러가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부터 온라인으로 위탁매매업만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트레이딩사 최저 설립 자본금이 기존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낮춰짐에 따라 이들 업체들의 대거 등장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다 올 7월부터 전자서명법이 발효되면 사이버 거래의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홈트레이딩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신증권 김영철(金榮喆) 사이버 마케팅팀장은『너무나 빠른 속도로 수수료 인하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 증권사들은 이미 수수료 인하를 최강무기로 내세우는 사이버증권사의 공격을 받고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결국 증권업계는 주식매매와 값싼 수수료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트레이딩사와 디스카운트 브로커, 자산 종합관리 수익증권 판매 등 질적 서비스제고와 수익원 다변화를 추구하는 종합 대형 증권사로 양분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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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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