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특별기고] 새 경제팀에 바란다

참여정부 임기를 1년반 남기고 새 경제팀이 등장했다. 이번 부총리와 기타 경제부처의 장을 맡은 사람들은 이미 현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서 경제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 깊이 관여해왔던 분들이다. 따라서 각종 정책 현안과 우선순위 등을 파악하느라고 새삼스럽게 노력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 정책공백이나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보면 큰 강점이다. 지금 정부가 힘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상황에서 새 사람들이 새 판을 짜고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과욕이 될 것이다. 현안을 잘 아는 사람들을 재배치해서 심기일전하고 벌여놓은 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지혜로운 발상일지 모른다. 따라서 권오규 부총리 내정자를 정점으로 하는 새 경제팀에게는 현안 과제들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힘이 넘치고 시간이 넉넉한 정부라 해도 우선순위 선정이 중요할 터인데 현 정부의 입장에서 우선순위 선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바라건대 내수회복세 지속과 한미 FTA의 성공적 마무리가 최우선순위에 선정됐으면 한다. '내수회복 지속' 최우선 과제 지난 3년간 우리 경제의 가장 두드러진 거시경제적 특징은 외수(外需) 증가가 왕성한 가운데 심각한 내수(內需) 부진이 진행된 것이다. 현 정부 초기에 내수 부진을 ‘국민의 정부’ 말기의 정책 후유증이라 변명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그 이후 부진현상에는 참여정부 정책이 기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이후 조짐을 보여온 민간소비 회복세는 한 겨울 꽃 보듯이 반가운 일인데 그 견고성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이유로든지 민간소비 회복세가 올 하반기 중 꺾인다면 참여정부의 경제성과는 특이할 정도로 내수가 부진했던 기간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다. 소득분배 개선, 고령화 및 저출산 대책, 연금제도 개선 등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과 같이 내수기반이 지속적으로 부실해지면서 일자리와 소득 창출능력이 점점 둔화된다면 앞서 나열한 구조적 문제들의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즉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내수회복세가 지속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의 심적ㆍ물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부동산 부문을 포함해 각종 세부담을 늘리는 것에 대해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벼룩 잡느라 포괄적 세부담 증대, 금리인상 등의 초가삼간 태우는 조치에 앞서 수조원의 각종 토지 보상금이 투기자금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먼저 살피는 것이 수순이 돼야 한다. 물론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한미 FTA는 우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던 참여정부의 정책 이니셔티브다. 시민 운동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FTA가 우리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3여 년간 거의 전적으로 수출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모습이야말로 외국과의 교역이 얼마나 중요하고 이를 확대하는 것이 왜 바람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개방된 대외교역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경제로서 직ㆍ간접적인 교역을 포함한다면 여전히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韓·美 FTA 성공적 마무리를 한미 FTA 추진이 결정되기까지 정부 내부에서 미국과의 교역확대가 우리 경제의 선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이번 경제팀 수장도 이런 판단과정에 관여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한 기본적 논리에 바탕을 둬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 노력이 무산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주요국과 교역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물 건너간 것이 될 것이다. 아마도 유일한 대안이 포괄적 WTO 다자 협상 타결인데 이를 기대하기보다 진짜 우담바라가 피는 것이 보는 것이 더 빠를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이고 식견이 넓은 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팀이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 대통령의 전폭적 힘과 행운이 같이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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