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도시계획과 지방자치

자치단체 가운데 주민들의 삶이 가장 생생하게 행정에 반영되는 현장이 바로 기초자치단체다. 그러나 도시계획에 관한 한 특별시와 광역시에 속한 구청같은 기초지자체는 자치제도 본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극심한 권한 제약으로 자치권이 아예 무시되는 것이 현실이다.기초자치단체에 대해 도시계획상의 권한을 제약하는 논리는 첫째 토지는 광역적 관점과 도시 전체적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도시계획에 관한 결정권을 기초자치단체인 구청에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초자치단체장에게 도시계획결정권을 위임할 경우 단체장이 인기영합 위주로 도시계획을 결정하기 때문에 도시의 무질서한 개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의 도시계획에 관한 권한 자체를 부정하는 논거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서울시와 도시구조가 비슷한 도쿄도의 경우 도로·토지구획정리, 시가지개발사업, 도시계획사업, 건축기준행정 등 대민서비스 사무는 대부분을 도쿄에 속한 23개 특별구에서 도시계획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도시계획이 서울시보다 뒤떨어지고 무원칙한 도시계획이 이뤄진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의 경우 광역적 관점에서 다뤄질 필요가 전혀 없는 특정기초자치단체 또는 특정지역민에게만 필요한 도시계획, 예컨대 재개발·도시설계·어린이공원·학교시설 결정·근린공원 등도 기초자치단체에서 전혀 결정할 수가 없고 일일이 특별시나 광역시에 올려야 하고 지역적인 개발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3~4년 결정이 연기되거나 도시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초자치단체의 도시계획위원회는 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비해 현지 실정에 보다 정통하고 자격이나 전문성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교수·기술자·관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또 주민에 의해 선출된 구청장들이 주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자의적으로 특혜를 주는 도시계획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주민의 자치 역량을 도외시하고 오늘날 자치단체장이 주민감시와 통제하에 있는 현실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서울에는 60~70년대 강남과 도심의 집중개발로 발생한 철거민들과 저소득층이 밀집된 지역이 많다. 국·공유지 고지대에 위치한 허술한 무허가 건물과 재래식 화장실도 부족하고 쓰레기 처리도 인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또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그런 지역에 시 전체적 관점에서 일률적인 기준만을 강요하여 도시·환경경관 등 각종 도시계획상 제약을 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기초자치단체의 역량이나 지역적 특수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광역적 도시계획만을 고집하는 집권적 도시계획이 유지된다면 지방자치를 알차게 하는 도시계획 분야의 자치권 정착은 요원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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