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들의 승리 행진에 사랑과 평화의 예수님이 동행하실까요? 정말 이 전쟁에서 예수님은 어디 계실까요? 거대 군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국 해군들 속에 계실까요?” 교육 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27일 기독교인으로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기독교 근본주의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긴 글을 한 인터넷 뉴스사이트에 올렸다.
먼저 한 총장은 “오늘 내 자신이 기독교 신자임을 곤혹스럽게 생각하고 심지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딱한 실존적 고뇌를 고백하는 차원에서 이 전쟁의 한 단면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그것은 이 전쟁이 일종의 종교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펜을 든 배경을 밝혔다.
한 총장은 “부시 대통령 주변에서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거의 모두 근본주의신자라는 뜻에서 종교적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하나같이 미국 제일주의자들이며 또한 `미국의 세기`의 도래를 확신하는 기독교 신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팍스 아메리카나의 열망은 9.11 이후 부시 독트린의 배경이라는 진단이다.
한 총장은 “예수님이 그의 삶과 죽음을 통해 증거해 주신 가치가 과연 오늘 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의 신앙과 같은 것일까요?”라며 “예수님은 당시 유대적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고난 받고 십가자에 달려 돌아가셨으며 예수를 죽인 자들이 바로 열광적 유대적 근본주의자였다”고 상기시켰다.
비판과 더불어 자괴감을 감추지 않은 한 총장은 “예수님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도하고 있는 부시와 그 참모들 속에 있을까요? 나는 확신합니다. 폭격 맞고 죽어가는 자식을 품에 안고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이라크의 엄마들과 아빠들 속에 예수님은 계시고 거기서 그들과 함께 눈물 흘리고 계실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