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골프] 송호 더골프디자인그룹 대표

골프코스 설계를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많다. 코스 설계는 대규모 작업인 데다가 토목공학, 원예학, 조경학과 잔디(농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큰 어려움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누구나 코스 설계자는 골프를 잘 칠 거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도로 설계자는 자동차 운전을 잘 못해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설계를 하면 되나 골프장 설계는 딱 떨어지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골프를 잘 쳐야만 제대로 설계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30대 초반이 돼서야 골프장 설계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골프를 비교적 늦게 배우기 시작했다. 취미나 여가 활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 쳐야 하니 처음부터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연습에 매달렸다. 1차로 잡은 목표 스코어는 우선 90타 이내였다. 그렇지만 공부가 아닌 플레이를 위해 처음으로 필드에 나갔던 지난 94년 4월의 어느 날 무려 125타를 치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나는 유난히도 무더웠던 그 해 여름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그 결과 5개월 뒤에는 88타를 칠 수 있었다. 처음 골프채를 잡은 지 3년만에 76타를 기록하고 싱글핸디캐퍼로서 골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났다. 코스를 보는 눈도 크게 달라진 것은 물론이었다. 얼마 전부터는 아내도 골프에 입문시켜서 가끔 함께 라운드를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아내와 동반하는 날은 어김없이 70타대 스코어를 기록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생겼다. 아내가 나를 긴장시킬 정도로 골프를 잘 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샷이 잘 되는 것이다. 내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이나 설계자로서의 부담 같은 것 없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역시 스트레스 없는 골프가 아름답다. <김민열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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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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