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자로 단행된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인사에서 박찬욱 조사국장의 서울지방청장 승진이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박 청장이 국세청 사상 처음으로 9급 말단직원에서 청내 서열 3위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9급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국세심판원장을 지낸 이종규 현 코스콤 사장에 이어 또 한번 ‘9급의 신화’가 재연됐다는 평가다.
경기 용인 출신인 박 청장은 한국사회 지연의 핵심인 영남이나 호남 등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순수 업무능력만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박 청장이 9급에서 5급 사무관까지 오른 시간은 불과 16년11개월. 국세청 내 평균 승진기간이 32년임을 감안하면 승진속도가 남들보다 2배나 빨랐던 셈이다.
5급에서 4급 서기관까지 승진기간도 청내 평균기간인 11년보다 1년여 적은 9년8개월에 그쳤다. 특히 3급에서 서울지방청장에 오르는 데 걸린 시간도 3년2개월에 불과했다. 이 같은 고속승진에는 적을 만들지 않는 박 청장의 원만한 대인관계가 큰 몫을 했다는 주변의 평가다.
박 청장의 임명으로 국세청 내 직원들의 기대도 크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전 청장이 고시 출신 여부와 관계없이 혁신인사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9급 출신인 박 청장이 핵심 요직인 서울국세청장에 발탁됨으로써 비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사기가 충천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세청 인사를 통해 3대 핵심 요직인 국세청장과 차장ㆍ서울지방국세청장이 모두 참여정부 집권주체들의 연고지라 할 수 있는 부산ㆍ경남 및 호남 지역과는 무관한 인사들로 채워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