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 시급

이규황 <국제경영원 원장·경제학 박사>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산 2조원 이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는 경우에만 특수관계인과 합해 30%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는 2008년 4월1일부터는 이마저 15%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되는 것은 경영권 방어와 관련이 있다. 외국인은 쉽게 적대적 M&A를 할 수 있다. 먼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보유지분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외국인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99년 말 18.5%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42.3%로 높아졌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 등 국내 초우량 기업들의 주식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0~70% 수준이나 된다. 또한 국내 최대주주가 갖고 있는 주식보다 외국인 지분율이 많은 회사는 2004년 말 현재 53개사에 이른다. 상장기업 10개사 중 1개사 이상이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둘째, 동기가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쟁자를 흡수해 시장점유율을 늘리거나 핵심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경영참가’에 관심이 있다고 공시하거나 직간접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외국인투자가가 주가를 올리는 데 노력해 자본이득을 올릴 수 있다. 이때 외국인들은 연대할 수도 있다. 셋째, 제도적으로도 쉬워졌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나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인수나 합병이 용이하게 됐다. 25%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폐지됐다. 또 기간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한도도 없어졌다. 이에 반해 국내기업이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많지 않다. 그동안 국내 주주들의 경우 지분이 지속적으로 분산됐다. 기업공개정책이나 소유분산우대정책의 결과이다. 이에 더해 출자총액에 제한을 받고 상호출자는 금지됐다. 그리고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경영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경영권이 불안하면 새로운 시설에 투자해야 할 자금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하게 된다. 자사주 매입이 그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2001년 말 8조원에 불과했던 자사주 보유금액이 2004년 5월에는 약19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외국인은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내부 유보는 줄고 전략적 미래투자는 제한된다. 국내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외국인과 차별 없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투자와 성장에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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