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평창, 기회는 다시 온다

평창의 꿈이 다시 한번 좌절됐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불패의 신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지난 80년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열악한 여건을 딛고 88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래 국제스포츠계의 기린아로 부상하며 월드컵 등 각종 세계 대회 유치전에서 연전연승을 거둬왔다. 한국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것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스포츠 기구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대회유치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관민의 일체화된 노력과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은 여러 국제대회를 유치하는데 있어 가장 큰 원군이었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번번이 승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2002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는 4번째 도전 만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시드니ㆍ아테네 등도 재수 끝에 유치에 성공한 경우들이다. 이것은 스포츠산업이 부상하는 산업이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득이 증가하면 스포츠 인구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사실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국내의 언론들은 평창 유치가 기정사실화된 듯이 호들갑을 떨며 경쟁 도시인 소치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최근 막강한 석유의 힘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국제 사회에서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 경제는 활력을 되찾고 있으며 외교적 측면에서도 세계 정상의 무대로 복귀하고 있다. 서방7개국정상회담(G7)에서도 이젠 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는 나라가 없다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평창의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비록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우리나라의 이런 점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연구한 MIT의 암스덴(A. Amsden)교수는 “한국인은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결집된 힘으로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면에서 세계 제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평창 유치전도 그러한 한국인의 장점이 잘 드러난 사례였다. 우리 옛말에도 ‘최선을 다했으면 그 나머지는 하늘의 뜻이다’라는 말이 있다. 평창군민들의 아쉬움은 크겠지만 모든 염원을 담아 여한 없이 노력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소득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평창군은 이번 실패로 지난 10년의 노력이 완전히 무위로 돌아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동계스포츠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향후 세계 경제의 발전으로 인한 소득수준의 증가는 동계스포츠 인구의 증가로 연결될 것이므로 기존에 준비한 시설들은 강원도의 자산으로 남게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과정에서 결집된 ‘강원도의 힘’이다. 비록 국제 역학관계에서 러시아에 밀렸으나 그동안 공들인 도민들의 정성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또한 이번 유치전에서 보았다시피 강원도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강원도는 한국의 변방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무대접’ 받는 지역도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정재계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자원한 평창 서포터스가 열정적으로 유치를 후원한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평창을 비롯한 강원도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0년 동안 전력을 기울여왔던 군민들ㆍ도민들의 아픔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쉽게 되었으나 이러한 아쉬움은 미래에 폭발할 에너지로 전환될 수도 있다. 비록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동계스포츠 행사는 올림픽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왕에 준비된 시설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회들을 유치하며 동계스포츠 인구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평창과 강원도를 찾는 방문객 수를 늘리다보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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