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민주노총의 경쟁자는?

정승량기자 <사회부>

코카콜라는 자신의 경쟁자를 수분(水分)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약 2ℓ인데 코카콜라가 전세계에서 파는 연간 총판매 규모를 365일로 나눠보니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후 내린 결과다. 콜라 시장이 과포화상태라는 미국 애널리스트들에게 ‘성장시장’이라고 코카콜라가 반박하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겨우 시장을 3% 장악했는데 사양산업이라고 주장하는 분석에 그들은 발끈하고 있다. 세계 신용카드 시장의 60%를 장악했다는 비자카드는 경쟁자로 ‘현금’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언제 현금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가를 분석하고, 각국의 카드사용정책 확대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이런 다국적기업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스스로를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상황을 보면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민주노동당의 최대주주인 민주노총은 지금 누구를 경쟁자로 꼽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노동전문가들이 요즘 부쩍 많아졌다. 민주노총은 과연 자신의 경쟁자를 누구로 지목하고 있는가. 사용자인가, 아니면 한국노총인가, 선진 다국적기업인가, 노조인가. 민주노총은 당장 올해 임단협도 중요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도 내놓을 시점이 됐다. 그래야 21세기 한국 노동운동의 방향에 대한 윤곽이 구체적으로 잡히고, 사용자나 노동자ㆍ관료ㆍ정치인 등 각 주체들이 여기에 맞춰 대응과 변신방향을 그려낼 수 있고, 그래야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이 아직도 4ㆍ15총선 이후 축제분위기에 취해 자신들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전제조건이 있다. 민주노총이 설정할 경쟁자는 이런 다국적기업을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코카콜라는 자신의 경쟁자를 펩시콜라라고 하지 않았고, 비자는 마스터카드라고 하지 않았다. 보다 큰 관점에서 경쟁자를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21세기 한국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이 더 크게 그려진다. 세계 최강기업들의 특징은 언제나 자신들의 경영환경을 위기상황으로 설정한다는 데 있다. 위기상황에서는 복잡하고 난해한 경영수단 대신 선이 굵으면서도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민주노총이 제시할 자신의 경쟁자와 21세기 노동운동의 방향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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