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4일] 80세 금형인의 한숨

며칠 전 서울 여의도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 하나가 열렸다. 바로 국내 금형인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한 해를 결산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금형의 날' 이었다. 올해는 대표적인 부품소재 산업으로 꼽히는 금형산업이 12년째 대일무역 흑자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국내 금형산업은 생산 규모 5조5,000억원으로 세계5위를 자랑하며 올해 무역흑자만 약 14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이날 올해의 금형인으로 선정된 이종호 와이디피 회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80세의 나이로 30여년간 금형에만 매달려온 이 회장은 "금형이 십년 넘게 대일 무역흑자를 바라보고 있지만 기술인력이 갈수록 줄어드니 앞으로도 흑자를 이어갈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금형업계의 인력수급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기능인력을 양성해온 공고의 기능이 축소되고 젊은 세대의 중소기업 기피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업체마다 인력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가 그린산업 등 신성장 분야에 관심을 쏟아 붓는 바람에 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금형이 마치 '굴뚝산업' 의 대표인 것처럼 내몰리는 점도 문제를 낳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형학과는 점차 자동차과 등 다른 학과와 통폐합되고 있으며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의 기술적 괴리는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청년들의 선호직장 가운데 공무원이 28.6%로 1위를 차지한 반면 중소기업은 1.9%로 꼴찌를 기록했을까 싶을 정도다. 업계에서도 나름대로 대학생 금형캐드 대회를 개최하고 금형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인력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주요 산업에 대한 인력양성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다행히 중소기업청은 최근 금형 등 30개 업종을 제조기반 기술로 지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전문기업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왕이면 기반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 없이는 세계5위 금형 강국의 위상도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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