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결정된 후 은행의 경영관리단이 파견된 상태에서 다시 경영진 교체를 의미하는 은행관리가 발표되자 임직원들은 『그룹해체가 드디어 시작됐다』며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이날 은행관리상태에 들어간 계열사의 임직원들은 은행관리의 의미를 탐색하느라 분주했다. 대우중공업 관계자는 『서로 은행관리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술렁이고 있다』며 『아직 은행측의 방침을 듣지 못해 걱정만 앞설 뿐』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본부 직원들의 당혹감은 더했다.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은행관리에 들어가면 이제 구조조정본부는 역할을 다한 것』이라며 맥빠진 모습이었다. 외자유치 등 향후 일정에서 구조조정본부가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은행들이 회사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희망섞인 관측도 나왔다. 구조조정본부 직원은 『대우전자 등의 경우 협력업체 연쇄도산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은행관리가 오히려 반갑다』며 『이제 은행들이 책임지고 대우 협력업체를 본격적으로 지원, 조기 경영정상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 계열사와 협력업체 신규여신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한다는 금감위 방침과 관련, 『일선 금융기관 창구의 태도가 먼저 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면서도 한가닥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렇게 허탈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불만도 적지않게 터져나왔다.
구조조정본부 고위관계자는 『은행관리 결정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받은 게 없다』며 『채권단의 자금관리단이 파견돼 계열사를 사실상 관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은행관리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방침이 수시로 바뀌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않았다.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대우 임직원들은 김영재(金暎才) 금감위 대변인이 『은행이 책임지고 자금을 지원하면서 경영관리단을 파견,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임원진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사실을 주목, 『은행관리는 경영진 교체를 뜻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김우중(金宇中) 회장의 향후 역할에 대한 관심도 컸다. 구조조정본부는 『대우자동차를 세계 10위권 기업으로 만든 뒤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金회장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대우자동차와 ㈜대우가 은행관리에서 빠진 것은 金회장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