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지는 “긴축” 운영은 “신축”/97통화운영 방향에 담긴 뜻

◎금리 등 시장변수 중심 정책전환 예고/금융기관간 경쟁촉진 유도에도 초점『통화는 많지도, 적지도 않게 풀겠습니다.』 통화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경식 한국은행총재가 단골로 쓰는 말이다. 한은은 그러나 올해 통화관리 목표를 M2증가율 14∼19%, MCT증가율 15∼20%로 넓게 설정, 「많을수도 적을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목표중심축을 M2 16.5%, MCT 17.5%로 작년말의 17.8%, 18.8%보다 낮게 잡은 점을 감안할 때 일단 긴축의지를 읽을 수 있지만 올해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책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통화관리 목표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M2 뿐만 아니라 MCT(M2+CD+신탁)를 병행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신탁제도 개편의 영향으로 자금이 신탁계정에서 은행계정으로 대거 이동, M2증가율을 4%포인트 이상 높이면서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MCT를 통화관리의 중심지표로 쓴다는 것은 현재 재정경제원이 관리하고 있는 은행신탁 계정을 한은이 관장케 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은행계정은 한은이, 신탁계정은 재경원이 관장해와 혼선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해된다. 이는 또 은행신탁에 대해서도 지준을 부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배당수익을 목표로 하는 신탁의 성격이나 은행의 수지부담 등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통화관리 목표범위를 넓게 잡은 것은 통화신용정책이 통화량중심에서 금리·환율 등 시장변수 중심으로 옮겨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는 기업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으로 최근 환율이 급변하고 있고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리를 하향안정화시킬 필요성이 있음을 감안할 때 방향은 맞다. 그러나 이는 자칫 물가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편 완전경쟁 입찰에 의한 공개시장조작, 지준인하 등 간접통화관리방식을 조기에 추진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통화관리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제시된 방안은 금융의 자유화·개방화에 따른 금리 및 환율의 변동성 증대에 대응, 통화관리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한편 금융기관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은이 제시한 올해 통화정책은 관리목표 범위를 넓히고 관리방식도 간접적인 방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정, 선진화의 기틀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은행에 대해 지준인하에 따른 수지개선효과 이상으로 과도한 금리인하 압력을 가하는 등의 강압적 정책을 다시 쓸 경우 어렵게 마련한 선진통화관리 방식이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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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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