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수출증대로 혜택을 입게될 기업들이 이 가운데 일부를 피해분야를 위해 내놓으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재계가 난감해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여당 지도부를 포함한 일부 의원들은 한미 FTA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저항을 해소하는 데 '수혜기업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공적, 사적 통로를 통해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4단체의 간담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마찬가지 요구를 내놨지만재계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손경식 상의회장은 "FTA 체결로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다면 고용이 늘어나고중소기업도 함께 잘되는 것"이라면서 "FTA로 인해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그 혜택은대부분 골고루 분배되는 것이지 모든 부가가치를 대기업이 독점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도 "대기업들이 사회기여에 소극적이고 FTA 체결시 일방적인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여당의 지적은 오해"라면서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규모는한해 3조원에 이르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이와 같은 'FTA 이득 환원' 요구에 대해 "농민 등 FTA 저항계층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FTA로 인해 어느 분야가혜택을 얻고 어느 분야가 피해를 겪게 될 것인지 산정하는 작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구는 수용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FTA로 인해 수출이 늘어나고 기업의 수익이 좋아진다면 세금을 더많이 내게 될 것이고 이렇게 늘어난 재정을 FTA 피해분야에 대한 지원에 사용할 지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무역조정지원법에 따라 FTA로 인한 피해분야에 대해 정부가 자금제공이나 세제혜택 부여 등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실체도 불분명한 '수혜기업'에 부담을 요구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FTA 반대세력의 저항이 거세져 정상적인 협상이 어려워지면 재계에 이를 무마할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