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올드보이와 베테랑

김중수 한림대 총장의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으로 거의 윤곽이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경제라인은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지난 1996년, 그리고 위기가 닥쳤던 1997년에도 한국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했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와 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간사, 초대 금융위원장 후보인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우리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급격하게 추락했다. 1995년 89억달러 수준이었던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반도체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1996년 236억달러로 급증했고 무분별한 외화차입으로 단기외채는 총외채의 58%(1997년)라는 충격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한보그룹 부도와 기아사태가 터지고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면서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1997년 초 한보사태와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한승수 총리내정자나 외환위기 당시 재경원 차관에 있었던 강만수 간사, 또 재경부 금융정책실장을 맡고 있던 윤증현 전 위원장에게 외환위기는 뼈아픈 기억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 또한 1995년부터 OECD 가입준비사무소장을 맡아 한국의 가입을 성사시킨 주역이라는 점에서 외환위기와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론 역시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사법적 단죄를 받고 아직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외환위기 3인방’ 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이들에게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강 간사는 2006년 서울경제가 장기시리즈 ‘위환위기 이후 10년, 한국경제의 좌표는’을 연재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아직 때가 아니다”며 극구 사양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10년 전 위기의 한 가운데 있던 인물들이 한국경제의 컨트롤타워로 다시 귀환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가 몰려있는 과천관가의 분위기는 이중적이다. 워낙 경험이 많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참여정부 초기와 같은 정책적 혼선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10년을 현장에서 떠나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구조적인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변화된 경제상황’을 재단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새로 출범하는 경제라인이 단순한 ‘올드 보이’가 아니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으로서 한국경제호를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개인적인 명예를 회복하는 길인 동시에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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