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7월 28일] <1760> 폭격기, ES빌딩 충돌


1945년 7월28일 오전9시49분, 뉴욕을 뒤흔드는 굉음이 일더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상층부가 화염에 휩싸였다. 전쟁 막바지, 사람들은 혹시 일본의 공격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원인은 미 육군 항공대의 B-25폭격기. 짙은 안개로 시야를 잃고 빌딩 79층을 들이받았다. 시속 400㎞ 속도의 12톤짜리 폭격기와 세계 최고층 빌딩의 충돌 결과는 사망 14명. 빌딩 79층과 80층에 입주한 미국가톨릭복지협회 직원 11명과 폭격기 조종사 등 군인 3명이 죽었다. 더 이상의 희생자는 없었다. 빌딩 안에 있던 1,500명은 무사했다. 충격으로 엘리베이터 한 대가 지하층까지 떨어졌으나 엘리베이터걸 한 명은 기적적으로 다치지 않았다. 빌딩도 이틀 만에 제 기능을 찾았다. 건물 외벽과 78~80층 내부, 엘리베이터 손상에 따른 피해액은 100만달러. 미국은 보상금과 피해액을 지급하는 한편 비슷한 유형의 사고에 대비해 1946년 연방불법행위청구권법(FTCA)을 제정했다. 잊혀져가던 이 사건을 부각시킨 것은 2001년 9ㆍ11테러. 세계무역센터 빌딩에서만 2,60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9ㆍ11사건이 일어난 뒤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다. 동일한 항공기 충돌에도 ES빌딩의 피해가 훨씬 작았던 것은 최신 빌딩과 다른 구조인데다 충돌강도가 약했기 때문. 폭격기 조종사가 미 육사 출신의 베테랑이었지만 확률 1만분의1이라도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교훈이 재확인됐다. 군용기와 빌딩의 충돌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공군기지가 인접한 잠실에 들어설 초고층빌딩 건립을 반대하던 군 당국은 마지못해 동의하면서 ‘비행기 충돌시 건물 손해비용은 회사 측이 부담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사고 가능성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누가 정책을 밀어붙였는지 기억해둘 일이다. /권홍우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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