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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말귀신 씌어서 못떠나요"

KRA 최고참 여성 수의사 정효훈<br>이 말은 5바늘 꿰맬 때 까지는 참겠구나 감이 와요. 하지만 언제나 예측이 맞는건 아니죠.


[리빙 앤 조이] "말귀신 씌어서 못떠나요" KRA 최고참 여성 수의사 정효훈이 말은 5바늘 꿰맬 때 까지는 참겠구나 감이 와요. 하지만 언제나 예측이 맞는건 아니죠.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북제주군 교천읍 교래리 65만평의 끝 없는 초원 위에 펼쳐진 KRA 제주경주마 목장. 이 곳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씨숫말들이 경주마 생산을 위해 암말들과 합방을 하는 번식 목장이다. 목장의 기능이 기능인지라 이 곳에서 하는 주 업무는 말의 수정과 출산. 여성에게는 다소 힘든 업무지만 말들의 신방과 산실을 들락날락하는 작달막한 여직원이 한 명 있다. 이 직원은 말들의 수정과 출산을 돕는 수의사 정효훈(30)씨. 난산으로 죽은 망아지를 톱으로 잘라서 빼내는 일까지 마다 않는 씩씩한 여걸이라고 들었지만 정작 만나 본 그녀는 다소곳한 표정에 조분조분한 어투로 기자의 질문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KRA에 근무하는 여성 수의사중 최고참이라고 들었습니다. 여성 수의사들은 대부분 개나 고양이 같은 소(小)동물을 주로 보지 않습니까. “예, 저도 학교에서는 소동물 피부학을 전공했어요. 말을 진료하게 된 계기는 마사회에 선배 수의사가 한 명 있었는데 저 보고 지원해보라고 권해서 우연찮게 지원하게 됐어요.” -동물병원을 개원하면 취직해서 월급 받는 것 보다 수입도 좋고, 남편하고 함께 살수도 있을 텐데 왜 마사회 들어와서 고생을 하세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여기 와서 사람들과 말이 너무 좋아서 계속 일하게 됐어요. 말귀신이 씌었다는 말이 있는데, 마사회 근무하던 분들은 대부분 나가서도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진료과목이 산부인과와 소아과라고 들었습니다. 수의학도 전공이 세분화돼있습니까. “과거에는 안 그랬는데 세분화되는 추세입니다. 과천에 있을 때는 운동기 질환을 다루는 정형외과 진료가 많았는데 제주에서는 목장에서 일하다 보니 산과와 소아과를 하고있죠.” -사산한 망아지를 꺼낼 때 말의 배를 절개해 죽은 망아지를 톱을 잘라낸다고 들었습니다. 여자로서는 하기 힘든일일텐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진짜 힘들어요. 엄청난 노동이고요. 보통 끔찍할거라고 생각들 하지만 어미 말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끔찍하다는 생각은 안 들고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어요.” -개나 고양이 같은 소동물을 치료하는 것과 말을 치료하는 것은 노출되는 위험의 정도가 다를 것 같습니다. 말은 위험을 느끼면 수시로 뒷발질을 하고 거기에 맞을 경우 크게 다칠텐데 위험에 대한 감이 옵니까. “네. 느껴져요. 이 말은 5바늘 꿰멜 때 까지는 참겠구나 하는 감이 와요. 하지만 언제나 예측이 맞는건 아니죠. 선배중 한 분은 뒷발에 채이고 집에 갔는데 열이 나서 병원에 가보니 장파열로 복막염이 온 적도 있어요. 다른 동료는 말과 벽 사이에 끼여서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고요.” -조교사들이 초기에는 여자 수의사에게 말을 맡기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극복했나요. “나만 진료실에 있었는데 아픈 말 데리고 와서 ‘의사 어딨냐?’고 하더군요. 진료해주고 들어왔는데 눈물이 났어요. 많이 울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여자에게만 그런 건 아니었어요. 남자 수의사들도 같은 일을 겪지만 여자라서 그 강도가 더 강했던거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뢰가 쌓이니까 관계가 원만해지더군요.” • 부푼 돛 물살을 가르다 "요트" • 국내 요트클럽 일반·대학 합쳐 40여개 • "바람만 불면 어떤 방향이든 항해 가능" • 중고 크루저급 2,000만~4,000만원 • "요트 회원권 분양으로 대중화 기대" • '노발리스 방사선' 치료 • 美, 30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경주마? • "말귀신 씌어서 못떠나요" • "오늘 회식은 호텔!" 웬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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