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세영­정몽규부자 발빠른 행보 관심

◎“기아사태 이대로 방관할수 없다”/정 명예회장­특수강 공동경영합의 이어 당국 차산업규제 강력비판/정몽규 회장­정부에 잇단 기아지원 목청 위기 동종업계 살리기 분주정세영­정몽규 부자경영자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회장을 각각 맡고 있는 두회장은 기아사태가 본격화된 뒤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정명예회장은 기아특수강의 공동경영에 전격합의, 국내최초의 경영실험을 추진하면서 기아사태의 분수령을 마련했다. 정몽규 회장은 삼성보고서 파문에서 자동차협회장 자격으로 삼성의 도덕성을 공략했고, 기아사태에 대해서는 잇따라 정부고위관리들을 만나 정부의 지원을 소리높여 외쳤다. 두 회장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는 6일 고희를 맞는 정명예회장은 종달새가 날아오르던 울산의 황량한 보리밭에 공장을 짓고 1년도 안돼 자동차를 만들어낸 국내 자동차산업의 산증인이다. 미국 마이애미대 대학원 정치학석사 출신으로 한때 교수직을 꿈꿨던 그는 세계에서 16번째로 독자모델인 포니를 개발했고, 자동차공장을 세운지 20년만에 자동차 왕국 미국에 엑셀을 수출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은근과 끈기와 뚝심으로 남들이 안된다고 반대하는 일마다 꼭꼭 된다고 고집하고 나서 세계 1백60여개국에 「현대」의 물결을 이루게 한 「포니정」. 그는 『사람이 한가지 일에 미쳤다는 말을 들으면서 일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라는 인생관을 가진 노경영인으로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한국차와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그는 『이렇게 나가면 자동차산업이 죽는다』며 정부의 규제책을 비판하고 있다. 또 과거 고속성장 과정에서 표출됐던 노동의욕과 근로윤리 없이 우리경제의 재도약은 어렵다는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 상당한 공감과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올 임금협상이 있던 지난달 21일. 정몽규 회장(35)은 업무가 끝난 뒤에도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 8층 회장실을 떠나지 않았다. 에어컨은 관행대로 직원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이날 하오 5시30분에 꺼져버렸다. 그의 셔츠는 땀으로 젖었다. 박병재사장을 비롯한 주요임원들은 울산에서 노조와 막바지 마라톤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퇴근을 권유하는 측근에게 정회장은 『회사의 최고책임자인 내가 집에서 잠이 덜깬 목소리로 결과를 보고받을 수는 없다. 결과가 나올때 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임금협상이 완전히 타결된 시간은 새벽 4시께. 『협상을 끝냈다』는 박사장의 전화보고를 들은 뒤에야 주변을 정리하고 22일 6시께 퇴근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88년 현대자동차 입사한 뒤 지난해초 34세의 부사장에서 정명예회장으로 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을 당시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경영자」정도로 인식됐으나 지난 1년간 그의 모습은 이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국내최초로 자동차회장단의 경쟁사 공장방문을 끌어냈고, 삼성보고서 파문이 터지자 꼿꼿하게 삼성에게 맹공을 퍼부었고, 기아가 위기에 빠지자 동종업체는 구하되 최악의 경우 삼성에게 내줄 수 없다며 대우와 함께 기아 공동경영을 추진하고 있다.<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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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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