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수벤처기업] 기술만이 ‘벤처 불씨’ 살린다

21세기를 이끄는 경제 패러다임은 `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y)이다. 지식이 각 경제 주체와 국민 경제 전체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지식의 창출ㆍ확산ㆍ활용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각 경제 주체들이 능력을 키우고 성장 기반을 이루는 경제 체제다. 이런 의미에서 지식기반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벤처 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벤처 산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창업보육센터ㆍ집적시설ㆍ벤처육성촉진지구 등 벤처 창업의 산실들이 사업 반납과 입주 기업의 이탈로 붕괴 위기를 맞고 있으며, 지난해 사상 최악의 투자실적을 기록하는 등 꽁꽁 얼어붙은 벤처 캐피털 투자는 해빙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벤처 열풍을 타고 유입됐던 고급 인력의 유턴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대로 가다가 한국 경제의 희망인 벤처 산업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 열기를 지속시키려는 업체들의 끈질긴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술 개발에 온 몸을 던지는가 하면 판로 개척을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최고경영자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그칠 줄 모른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서인지 지난해 급격하게 감소했던 벤처 기업의 감소세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업체수는 총 8,767개로 전월에 비해 11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달간 벤처지정업체 수가 328개 감소하는 등 작년 한해 동안 한달 평균 벤처 기업이 278개씩 줄었던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생존의 필요충분요건 = 흔히 말하는 벤처 비리니 코스닥 폭락이니 제반 여건은 좋지 않지만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영업 활동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자금과 판매 등 모든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러나 `벤처`는 말 그대로 위험을 담보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 때문에 역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소ㆍ벤처업체들의 성과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본연의 임무인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고 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다. 또 정부나 단체가 실시하는 각종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미래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진정한 `벤처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 우등생의 특징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연구개발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설립한지 3년도 채 되지 않는 걸음마 기업들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을 훨씬 넘는 비용을 기술개발에 쏟아 부으며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생존 의미는 바로 `이윤 창출`에 있는 만큼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동시에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수익을 높이고 있다. 특히 단순한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침을 고수, 업체에 따라서는 매출액 대비 순이익이 30%를 웃도는 업체도 있다. 해외 진출도 빼 놓을 수 없는 벤처 성장의 필요조건이다. 국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틈새시장`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는 만큼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단순한 해외 진출에 만족하기 보다는 현지 사정에 능통한 현지 에이전트들을 적절히 활용, 해외 시장 동향이나 현지 소비자의 요구조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책 지원방향은 =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희망인 벤처 산업을 살릴 수 있는 묘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원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벤처 산업의 자생력을 배양하기 위해 직접 지원보다는 벤처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는 간접 지원이 바람직하다. 또 옥석을 구분할 수 있도록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벤처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간 인수 및 합병(M&A)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벤처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 기업의 특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을 수 있다. 우수한 기술 하나 개발했다고 해서 하나의 벤처 기업이 생산과 마케팅을 독점하는 체제로는 국제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비교우위를 가진 부문만 선택한 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벤처 산업은 이제 `죽느냐 사느냐`의 중요한 기로에 있다. 창업ㆍ투자ㆍ재투자로 이뤄지는 벤처 생태계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우려는 여전히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 벤처 불씨는 살아 있다. 창업할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면 벤처 신화는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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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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