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에너지 안보와 교토의정서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004년 초부터 수 차례에 걸쳐 에너지 문제, 특히 천연가스 도입 방식의 다변화와 보급 확대를 역설했다. 그는 천연가스의 가파른 가격 상승이 경제에 타격을 입히지 않도록 도입량 확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시설의 확장, LNG 관련 시설의 근해 유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 사정으로 말하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이 에너지정책에 대한 전문적이고 직접적인 의견 표시를 한 것과 같은 모습이어서 낯설게 느껴졌다. 온실가스 감축 세계적 흐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에너지 자체의 문제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산업ㆍ경제 및 안보와 직결시키는 그의 폭넓은 식견을 파악할 수 있었던 흔하지 않은 기회로 다가왔다. 세계 경제는 현재까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세계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특히 경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는 에너지 공급 문제의 안정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해결이 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장기 과제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직된 에너지시스템을 갖고 있어 에너지 안보 측면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대중동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에너지 문제는 또 비단 양적인 성격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2월16일로 발효 1주년이 되는 교토의정서는 경제 사회 활동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를 안정시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협약이다. 교토의정서는 미국ㆍ호주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비준을 했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에너지 절약, 에너지원 단위 제고 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머지않은 미래에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는 에너지 문제가 양적인 문제인 동시에 질적인 문제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확보와 온실가스의 배출 감축은 적어도 향후 수 십년을 지배할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기본 대응 방안은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는 시간이 걸리고 국민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만 좇아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의 전환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경제적, 혹은 더 나아가 환경적 위기는 매우 느리게 진행돼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고 서서히 다가오기 때문에 일단 우리가 자각을 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차원에서 국회는 에너지 안보의 확보와 지구 환경보호의 조화로운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의 대의 기관으로서 민의를 모으고 장기적인 국가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술개발 투자 등 서둘러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획기적인 정책의 전환은 위기시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즉 정책의 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단 위기가 오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politically infeasible) 일이 정치적으로 피할 수 없는(politically inevitable) 일로 바뀌게 된다고 했다.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는 국제적인 환경 규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고히 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삶는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