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간硏 '성장둔화'에 정부선 '6%대' 낙관

■ 내년 경제전망도 엇갈려정부 한달새 전망 뒤집어… 경제주체 계획수립 혼선 정부와 민간의 경제전망도 서로 엇갈려 경제주체들의 혼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관변 및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모두 내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가능성, 소비심리 위축 등의 악재로 경제성장 속도도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대체로 내년 성장률이 5%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이 4%대로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여성경영자총협회 조찬강연에서 "올해 6%대 성장을 달성한 데 이어 내년에는 6% 내외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전망이 이처럼 크게 엇갈리면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S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부 경제환경이 불투명해 앞으로의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6% 안팎 운운하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엇갈리는 경제전망 관변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3~5.8%로 잡고 있다. 해외 연구기관도 내년에는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우리의 내년 성장률이 민간소비 및 고정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5.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우선 외부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우리의 수출도 크게 늘어날 수 없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내부적인 여건도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는 소비 및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지속해왔으나 더 이상의 소비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가계대출 연체가 크게 늘어 소비지출 여력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6%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소비ㆍ투자ㆍ수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 '성장 전망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 일관성 없는 경제진단 정부가 불과 한두달 사이 경제현상에 대해 달리 평가하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 9월 말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에 앞서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경제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진단은 불과 한달 만에 뒤집어졌다. 경제부처 수장이 앞으로의 경기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진단이 자주 바뀌면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경기부양 여력도 줄어 전 장관은 25일 내년도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며 "정부는 통화ㆍ재정ㆍ조세정책 등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필요할 경우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 수단을 동원할 상황도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동안 부동산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내년 물가상승률은 올해(3%)보다 높은 3% 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경기부양은 물가불안을 더욱 부추길 뿐만 아니라 수입수요 증대에 따른 국제수지 악화를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현재로서는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그럴 여력도 크게 축소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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