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경제위기 정말 없는가

남문현 정치부 차장

개인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지난 4월 말 현재)에 육박하고 개인파산 신청은 1,802건(올 1ㆍ4분기 현재)에 달한다. 특히 개인파산은 이미 지난 한해 전체 신청건수(3,856건)의 47% 가량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올 1ㆍ4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 대비 5.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수출이 절대적 기여를 하고 있다. 재고로 쌓인 부분을 제외할 경우 실질 경제성장률은 3.1%로 지난해 4ㆍ4분기(4.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 등 도ㆍ소매 매출도 줄었고 그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위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7일 연세대 특강에서 “많은 (경제)지표를 보고 있는데 위기는 언제든지 오지만 잘 관리하고 있어서 내가 있는 동안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재벌기업 총수 및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에서도 “(경제와 관련,) 상당히 많은 논의가 본질을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은 ‘위기론’으로 흔들리고 있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달래주려는 의도와 함께 경제회복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표현으로 보인다. 아울러 위기론을 조장하는 듯한 일부 계층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이 우려하는 대로 대기업들과 몇몇 보수학자 등이 정부의 개혁정책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론을 조장한다는 논리가 전혀 근거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래시장 등 서민들의 생활현장에는 ‘절망’의 신음소리가 가득하고, 넘쳐나는 개인파산과 가정해체 현상, 하루에도 몇건씩 이어지는 자살 등은 한국경제의 처절한 현실이다. 수출만 늘고 내수ㆍ투자가 어려운 탓에 ‘L’자형 침체지속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것을 놓고 ‘위기다, 아니다’고 논쟁하는 것은 더이상 부질없는 짓이다. 문제는 경제지표와는 상관없이 국민들의 삶이 너무 힘들고 피곤한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야단들인데 여기에 진정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한 정부의 자세에 있다. 무엇보다 어려움을 참아내고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비전과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점은 국민들을 더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지표가 현실을 그대로 대변할 수는 없다. 기업과 국민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직접 느껴보고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이자 덕목이 아닐까.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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