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유럽 이어 동유럽까지… 유로존 '카운터 펀치' 맞나

[글로벌 시장 이번엔 '헝가리 쇼크'] <br>2008년에도 구제금융 전력 재정적자 등은 비교적 양호<br>"제2그리스 아니다" 진화 불구 금융시장 불안 잠재우지 못해

헝가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실업률이 11.8%까지 치솟는 등 좀처럼 고용시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다페스트의 한 구직센터가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실업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블룸버그 자료사진


헝가리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일찌감치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2008년 10월 국가 부도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ㆍ유럽연합(EU)ㆍ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200억유로를 지원 받은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처가 적어도 회복기에는 진입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나온 빅토르 오르번 헝가리 총리 대변인의 발언은 이 같은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의 패닉이 불확실성에서 증폭된다고 볼 때 "전정부가 통계를 조작해 IMF의 지원을 받았다"는 그의 말은 파장이 컸다. 가뜩이나 유로존 위기로 경계심이 높아진 금융시장은 헝가리 정부의 '유감' 표명을 받아낼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더구나 여당인 피데스(FIDESZ)의 코사 러이오스 부의장은 하루 전인 3일 "헝가리가 그리스 같은 운명을 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헝가리의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 이틀 동안 유로화에 대해서조차 4.8% 급락했다. 파장이 커지자 헝가리 정부가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버르거 미하이 헝가리 국무장관이 나서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국내총생산 대비 3.8%)를 달성할 것"이라며 "디폴트 가능성은 과장됐다"고 해명했지만 헝가리의 재정상태가 의문부호를 거두지는 못했다.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우파정권의 재정실상조사팀을 이끌어온 미하이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위기극복을 자신하면서도 "이전 정부의 2010년 예산에는 수많은 심각한 거짓말과 눈속임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산기관 지출, 소비세 등이 잘못된 추정에 따라 짜였고 대중교통공사(BKV) 등 국영기업들의 재무제표에 오류가 있으며 지방정부 지출 추정도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불안을 잠재우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재정적자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현재 헝가리 경제는 회복 국면에 있으며 올 1ㆍ4분기에 강한 회복사인을 보였기 때문에 헝가리의 부채 또는 재정 관련 상황은 너무 과장된 것"이라고 거들었다. 헝가리의 디폴트 발언 소동은 5월 집권한 오르번 정부가 내부 긴장감을 높이고 전정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고강도 재정긴축을 앞두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오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의 크리스틴 닌도 수석 부사장은 CNBC에 나와 "정부 측 인사가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한 후 헝가리는 필요 조치를 더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헝가리는 제2의 그리스가 아니다. 헝가리는 필요 조치를 적절히 취하며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미하이 장관이 일주일 전 '재정감축 노력이 없으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7.5%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는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가 4.5%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최악의 경우 헝가리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7%에 이른다고 해도 이는 그리스ㆍ포르투갈ㆍ스페인 등 10%가 웃도는 나라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공공부채도 70% 수준으로 유로존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헝가리에 주목하는 것을 헝가리가 유로존의 위기를 키울 화근이라는 점이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홍역을 앓고 있는 유로존에 '카운터펀치'를 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남유럽에 이어 동유럽으로 확산되는 국가 재정위기 불길에 유로존이 고사되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인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피터 아타르다 몬탈토 노무라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불안한 날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데다 중국의 5월 구매자관리지수(PMI)에서 나타났듯 경기회복의 견인차였던 아시아 제조업 경기도 주춤해지고 있다. 헝가리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할 경우 경기 이중침체(더블딥)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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