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가 명예의 전당 입회 배지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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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요. 혜택도 진짜 많아서 대우 받을 때마다 자부심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미국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한국시간) 프로암을 마친 박세리(30ㆍCJ)는 ‘명예의 전당 입성 후 달라진 게 뭐냐’고 묻자 “대회 출전하고, 연습하고 뭐 똑같다”고 하더니 이내 환한 얼굴로 “특별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명예의 전당 입회자에게만 주는 금도금 배지를 자랑스럽게 내보인 박세리는 “보통 선수들은 대회 직전 화요일에 반드시 참가 여부를 알려야 하지만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다”고 특별 대우 사례를 꼽았다. 이어 “언제 다 읽나 싶을 정도로 많은 예우 조항 리스트를 받았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혜택의 뒤에는 부모님과 스폰서, 친구, 팬들 등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안다”는 박세리는 “지난달 명예의 전당 입성 축하 파티 때 연설 도중 그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다가 울음이 터져 말을 맺지 못했다”고 했다.
“이제 여유가 뭔지 알게 됐다”며 “말 한마디를 해도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는 그는 한국인 후배들, 자신의 스윙, 점점 길어지는 LPGA코스 등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어쩔 수 없는 서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10대 소녀의 수다처럼 속사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말 저말 골라가며 자신을 방어하려다 늘 같은 말만 반복했던 ‘어린 박세리’는 사라지고 털털하게 속 마음 보이며 어울릴 줄 아는 ‘성숙한 박세리’가 앞에 있었다.
“친동생들 같다”며 후배들 이야기를 할 때는 말투에도 애정이 넘쳤다. 특히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모여 사는 후배 5명(이정연, 이미나, 이지영, 손세희, 유선영)과 만든 GMG(Golf Mania Group) 이야기를 하면서 더 신을 냈다. “보기나 더블보기 갯수, 스트로크 순위 등에 따라 벌금을 낸다”며 “매주 500~600달러나 모일 정도로 다들 너무 많이 내 걱정”이라는 웃던 박세리는 “그 모임 덕에 더 긴장해서 샷하게 돼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자신의 스윙에 대해서는 “내 몸에 맞게 만들어 내는 데 지난 10년이 꼬박 걸린 것 같다”며 “이제는 80~90%정도 안정감을 찾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스윙도 좋고 감도 좋은데 왜 스코어가 안 나는지 모르겠다”며 “변기 뚫리듯 단번에 확 터지면 우승도 많이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박세리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 골프 인생은 아직 길고 올해의 선수나 그랜드슬램 등 아직 못 이룬 목표도 많은 만큼 꾸준히 노력하겠다”며 “올 겨울에도 때릴 때의 감각이 희열을 안겨주는 태권도나 격투기 등으로 체력과 마음을 단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선은 이번 주 대회가 중요하다”며 우승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