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24일] 에스티 로더


‘나는 도대체 뭐지?’ 살림과 육아에 매달려 정신없이 살아오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즈음 이런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전업주부가 비슷하게 고민하지만 자괴감에 빠질 이유는 없다.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처럼 성공할 수 있으니까. 세계 최대 화장품그룹으로 꼽히는 ‘에스티로더그룹’의 창업자인 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의 천재 경영인 20인’ 가운데 유일한 여성. 2004년 4월24일 사망했을 때야 96세라는 나이가 알려졌을 정도로 고령에도 미모를 가꿨던 일화로 유명하다. 헝가리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22세에 결혼한 에스티는 대공황으로 남편의 실크사업이 실패하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만들던 화장품을 내다팔려고 마음먹었다. 시작은 행상과 다름없었다. 단골 미용실의 모퉁이에서 크림을 발라주는 게 고작이었다. 어려웠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입소문을 타고 수제품이 인기를 끌자 그는 1946년 회사를 차려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성도 라우터에서 로더로 바꿨다. 최초로 발매한 네 종류의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비결은 무료 샘플과 고급화 전략. 공짜를 써본 여성은 평생 고객이 됐다. 백화점 매장 원칙도 고수해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공익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후원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 사별한 남편의 이름을 띤 조셉 로더 경영대학원을 세웠다. 작금의 경기가 좋지 않다. 에스티로더그룹이 개발한 생활경기지표인 립스틱지수도 불경기를 예고한다. 립스틱지수 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나빠질 때 립스틱 판매가 오히려 증가한다는데 올 들어 미국의 립스틱과 립글로스 판매가 28%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어려운 국면이지만 꿈을 꾸시라. 에스티 로더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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