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 차세대 성장 동력임에는 틀림없지만, ‘녹색’이라는 테마와 별반 연관이 없는 정책들까지 ‘대통령의 구미’에 맞춰 억지춘양식으로 끼워 넣으면서 ‘코드 정책’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녹색성장’은 부처별 업무보고에서도 빠지지 않는 용어가 됐다. 경제관련 부처는 물론, 경제와 큰 연관이 없는 부처까지 ‘녹색성장을 위한 과제’를 업무보고에 제시하면서 녹색성장이라는 용어의 규정 자체도 모호해지고 있다.
당장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9년 경제운용 방향’에서는 녹색성장의 인프라 구축 대목에 4대강 정비와 철도건설만 포함돼 있다.
녹색성장의 인프라 구축의 범위가 ‘친환경 토목사업’으로 국한돼 저탄소ㆍ녹색기술(GT) 등을 육성하기 위한 관련 제도, 법의 정비 등은 아예 빠지면서 가뜩이나 명쾌하지 않는 녹색성장의 정의가 더 모호해졌다.
더구나 국토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4대강 살리기’가 녹색뉴딜, 녹색성장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을 정도.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녹색성장이 화두가 되다 보니 부처가 앞뒤 안 가리고 이 용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참여정부 시절 ‘비전2030’이 등장하면서 모든 부처가 업무보고에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넣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예산의 집행도 양만 넘치고 체계적이 않다는 지적이 있다.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등 주요 9개 부처가 GT 개발과 관련해 올해 투입할 정부예산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에너지 산업에 대한 민관의 올해 투입자금도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모든 부처를 아우르는 저탄소ㆍGT분야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예산의 ‘선택과 집중’을 꾀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 역시 녹색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친환경 토목쪽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위원회 위원으로 대운하 추진 주체였던 A모 전 인수위원회 한반도 대운하 TF팀장을 비롯해 한반도대운하자문단 분과장 역할을 한 B모 씨, 한반도대운하 연구회에서 활동한 C모 씨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게 이유다.
자칫 녹색성장의 방점이 토목이나 친환경 치수 사업에 찍히게 돼 기후변화와 환경기술규제의 전세계적인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녹색성장의 방점은 저탄소ㆍGT분야의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환경규제도 극복하고, 녹색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늘리는 것”이라면서 “선진국에 비해 가뜩이나 녹색관련 기술이 뒤쳐지는 상황에서 올해 첫 설계가 잘못될 경우 기회는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