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1월 19일] 유로권의 진짜 위험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유로화 안정을 위해 아일랜드 정부에 구제금융을 수용할 것을 설득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주 내내 유럽 전역을 떠돈 말은 '시장 안정'과 '위험 전염 방지'였다. 그러나 유로존의 진짜 문제는 '전염'이 아니다. '지불능력'이 진짜 문제다.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한다고 해서 또다른 재정위기 국가인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심지어 프랑스 등이 채무 상환에 나선다는 보장이 없다. 아일랜드의 채무 지불 능력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문제만 크게 부풀릴 것이고 모든 유로존 국가가 구제금융에 목을 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일랜드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아일랜드 은행들이 자본구성을 재편해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 금융을 상환할 수 있는지 여부다. 포르투갈의 재정적자는 아일랜드와 별개 문제고 아일랜드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받은 대출은 상환 날짜가 다가오면 그때 논의하면 그만이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8%를 웃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 아일랜드가 실제로 지불해야 할 채무가 아니기에 크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지금 아일랜드 구제금융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는 주체는 아일랜드에 막대한 돈을 꿔준 유럽의 은행들(특히 독일 은행들)이다. 아일랜드의 채무를 조정하지 않고 또다시 돈을 쏟아붓게 내버려두는 것은 모럴해저드와 다름없다. 이들도 문제지만 아일랜드도 이미 모럴해저드에 빠진 양상이다.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아일랜드 정부는 아일랜드 대형은행들의 채무를 모두 보증했다. 유로존은 지금 정부와 은행 부문 가릴 것 없이 채무 보증을 서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 올 5월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해 7,500억유로에 달하는 안정기금을 만든 것도 어리석은 행동 중 하나다. 유로존은 이 조치로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사례에서 보듯 이 방법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가 실패하면 유럽이 실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는 단일통화 연합체이지 '단일채무 연합체'는 아니다. 메르켈 총리의 말처럼 만약 유로존이 한 국가의 채무를 회원국 모두의 채무로 간주한다면 유로의 신뢰도는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아일랜드가 그리스처럼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면 채무를 조정하면 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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